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3ㆍ30 부동산대책’과 검찰의 연이은 기업 압수수색에 쏠려 있는 사이 국제 원자재 값이 상승해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는 원유와 금속이 상승세를 이끌었으나 이번에는 설탕 밀 과일 등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원자재 값이 12% 정도 오를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원유는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3일 연속 올라 59.69달러로 60달러에 육박했고 금ㆍ은ㆍ구리 값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오름세는 사탕수수까지 번져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에 덩달아 곡물과 과일류까지도 들썩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의 하나인 브라질의 발레도리오도체는 철광석 공급가격을 24%나 올리겠다고 해 중국 등이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중국ㆍ인도 등이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수요가 급증한데다 저금리 바람을 타고 투기자금까지 높은 이익을 노리고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투기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는 원자재 값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수출기업은 원고로 휘청거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년간 원화가 자그마치 35%나 절상돼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원유와 각종 금속 및 곡물ㆍ과일류까지 치솟음에 따라 기업들은 이중의 고통을 받게 됐다. 특히 원유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 중단을 거부한데다 원유를 무기로 활용할 우려마저 있어 초고유가 시대의 도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자재 값은 국제정세와 수요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로선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기를 잃지 않는 수급조절과 공급선의 다양화 및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