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웰빙 포트폴리오/1월호] 적립식 투자 ABC

자신의 투자성향부터 점검해야<br>펀드평가사 홈피통해 운용사 성과 꼼꼼히 체크<br>한곳에 '몰빵' 은 금물 최소 3~5개 분산투자를<br>투자후 3개월에 한번꼴로 성과 모니터링 필요

최상길 제로인 상무


며칠 전 출근을 하면서 아내에게 1년짜리 은행적금 하나 넣자 했더니 아내는 그 날 저녁, 울상이 되어 “아 글쎄 싫다고 했는데도 은행 정기적금보다 수익률이 좋다며 통사정을 하길래…”라며 적립식 주식형 펀드 통장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지만 어찌하겠나, 이게 바로 500만 계좌에 달했다는 적립식 펀드열풍의 현주소가 아니겠는가. 2004년 말 100만 계좌가 조금 넘었던 적립식 펀드가 1년 만에 500만 계좌로 늘어났다. 그 열풍의 뒷면엔 소위 ‘캠페인’에 내몰린 금융기관 창구 직원들의 절박함과 투자자의 무지함이 나뒹굴고 있다면 말이 지나칠까. 만일 내 아내처럼 적립식 펀드를 시작했고 투자할 기간이 3년 미만의 단기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추가불입을 중단하기 바란다. 물론 어쩌다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요행이다. 요행을 바란다면 차라리 은행적금에 월 적립금의 95%를 넣고 나머지로 복권을 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계속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려면 적립기간을 1~3년이 아닌 5~10년으로 늘려 잡기를 권한다. 3년 이내에 찾아야 하는 자금이라면 시장상황을 살펴 목돈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럴 목돈이 없다면 투자기간을 길게 잡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유는 실물경기와 주가 사이클에 있다. 실물경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3~5년 만에 활황과 침체를 반복한다고 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되돌아보자. 89년, 94년, 99년, 그리고 2005년. 중간에 작은 고점들이 있긴 했지만 약 5년을 주기로 큰 장이 들어섰다. 만일 3년을 적립기간으로 잡고 고점에서 시작한다면 저점 부근에서 큰 손실을 보고 통장을 깨게 될 것이고, 저점에서 시작한다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5년 이상을 만기로 잡았다면 최소한 큰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는가. 적립식 펀드란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것임을 알았다면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적립식 펀드 투자 ABC를 살펴보자.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후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투자성향을 점검하는 것이다. 투자성향을 체크해주는 금융기관도 있긴 하나 아직 일반적인 서비스는 아니다. 투자성향을 체크하는 방식은 대개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얼마의 손실을 감수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전혀’라고 대답한다면 보수적, 10~30%라고 대답한다면 중도적, 절반이라고 대답한다면 공격적 투자자로 분류하는 식이다. 재산상태, 나이, 가족환경 등 다른 상황을 체크한 후 투자성향 및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결정되지만 ‘보수적’이라고 판정된다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총저축 가능금액의 30% 미만만 투자하기를 권하게 된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 환경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나 5~10년간 장기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건너뛸까 한다. 세 번째는 좋은 운용사와 펀드를 찾는 과정이다. 정보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발품을 팔아야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실권주 투자나 아파트 청약을 해서 돈을 벌어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적립식 펀드 고객들은 ‘대충’ 인근의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한 이들이 대부분일 게다. ‘펀드면 다 펀드지 뭐가 다르겠는가’ 한다면 큰 오산이다. 10년 이상 장기간 매년 1%씩 수익을 더 낸다면 10년 뒤 되찾을 돈의 액수는 큰 차이가 난다. 좋은 운용사 좋은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인데, 엉뚱하게도 많은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펀드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 자체보다 A은행, B증권에서 가입했으니 그 회사 또는 계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라고 잘 못 알고 있는 케이스이다. 펀드는 자산운용회사만 운용할 수 있고, 펀드 판매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운용사도 부분적으로 판매에 나설 수 있다. 그러니 펀드에 가입할 때 어느 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명심할 것은 운용사의 브랜드가 펀드운용 성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운용사, 좋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쉽지는 않다. 더욱이 어떤 펀드매니저가 실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더 어렵다. 가입할 펀드의 장기성과, 즉 3년이상 성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3년이상 운용된 펀드를 찾기도 힘들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해도 제로인과 같은 펀드평가사 홈페이지(www.zeroin.co.kr, 펀드닥터)를 통해 운용사의 성과를 살펴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차선책이다. 1개의 펀드에 ‘몰빵’ 투자는 금물이다. 최소 3~5개 펀드에 분산투자하기를 권한다. 가급적 운용사를 분산하되 동일 운용사라도 운용스타일이 다르면 상관없다. 예를 들어 동일 운용사의 펀드라도 일반적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 가치주펀드와 성장주펀드는 전혀 다른 성격의 펀드에 해당한다. 마지막 단계는 모니터링이다. 투자한 후에도 방심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최소한 3개월에 한번씩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좋은 운용사 펀드라고 해서 투자했는데 1년이상 타 펀드대비 성과가 업계평균을 크게 밑돈다면 추가불입을 중단하고 다른 펀드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상으로 펀드투자의 전 과정을 살펴봤지만 거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목표로 삼은 기간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투자를 중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장기간 투자하다보면 손실을 보는 기간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적립식 투자의 이유다. 동일한 금액을 투자할 경우 주가수준이 높으면 매입수량이 줄어들고, 주가수준이 낮으면 매입수량이 늘어나 위험을 평준화하는 것이 적립식 정액투자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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