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종편과 멧돼지


각종 특혜 시비를 잠재우지 못한채 법 개정부터 개국에 이르기까지 2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사천리로 달려온 조선ㆍ중앙ㆍ동아ㆍ매경 등 언론 4사의 종편이 스타급 연예인 출연과 공영방송 아나운서, 인기 프로듀서들을 영입하며 등장했다. 케이블 TV방송이 16년 넘는 관록을 갖고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게다가 종편은 당분간 직접 광고영업까지 할 수 있다. 미디어 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정치권의 '보호'에 힘입은 듯하다. 종편은 내용 면에서 지상파 방송에 버금갈 정도로 버라이어티하고 채널 배정에 대한 특혜를 누리면서도 케이블 방송처럼 직접 광고영업을 해 양쪽의 장점을 모두 누리고 있다. 국내 방송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시장 논리에 앞서 정부 규제와 통제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MB 정권만 방송이 정치와 결부됐던 것은 아니다. YS 정권 때 케이블 방송이 '뉴미디어 시대'라는 모토를 걸고 탄생했고 DJ 정부에서는 위성방송이 등장했다. 현 정부는 IPTV(인터넷TV)와 종편을 동시에 만들어냈는데 대기업의 직간접 투자로 친기업ㆍ친정부 성향이 강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IPTV를 운영하는 KT의 경우 자회사인 KT캐피털을 통해 종편 4사에 83억여원을 골고루 투자했다. 종편은 당초 우려한 대로 광고시장을 단박에 정글로 바꿔놓았다. 16년 역사의 케이블 TV 광고단가가 지상파 방송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마당에 이들은 1%도 되지 않는 시청률로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료를 요구하는 등 거대 신문사를 등에 업고 광고주를 압박하고 있다. 한때 이른 봄 산기슭의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했던 멧돼지가 이젠 도심 주거 지역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내몰고는 한다. 상위 포식자가 사라져 개체수가 급증하자 경쟁에서 도태된 무리가 도심에까지 내려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디어 빅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걸고 곡절 끝에 개국한 종편을 보니 천적이 사라진 멧돼지가 떠오른다. 4개 종편의 등장은 비좁은 국내 미디어 광고시장과 방송ㆍ언론계의 생태계를 크게 교란하고 있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시청 점유율이 매우 낮아 앞날이 불투명한 종편이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전에 지상파 방송 수준의 심의ㆍ규제를 하루빨리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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