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 마친 日 겉으로만 엔高 비명

[弱달러 구조조정 호기] 85년·95년 엔高 혹한기 비용절감으로 극복<br>독점적 산업에 역량집중 세계적 경쟁력 유지<br>한국도 환율ㆍ저금리의존 산업 구조조정 시급

구조조정 마친 日 겉으로만 엔高 비명 [弱달러 구조조정 호기] 85년·95년 엔高 혹한기 비용절감으로 극복독점적 산업에 역량집중 세계적 경쟁력 유지한국도 환율ㆍ저금리의존 산업 구조조정 시급 미국 달러약세로 ‘환율쇼크’를 겪고 있는 나라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일본 엔과 달러의 환율은 103엔대로 내려가 지난해 평균 115엔에 비해 11% 가량 떨어졌다. 그만큼 엔화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일본기업들은 이 같은 ‘엔고(高)’에 대해 겉으로는 못살겠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일본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대비,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비용절감 등 구조개선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도쿄 JP모건체이스의 사토 유카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환율변동) 저항력을 키워온데다 비용절감을 위한 체질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엔화강세가 지속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일본은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ㆍ달러 환율이 240엔에서 110엔대까지 절반 이상의 수준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또 95년에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일본의 통상마찰이 격화하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최저 80엔까지 무너지는 충격도 견뎌냈다. 당시는 80년대 호황기와 달리 내수가 극도로 부진한 장기 침체기였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환율쇼크의 여파가 상당했다. 그러나 엔고의 혹한기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더 강한 체력’으로 다시 태어난 일본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90년대 일본의 엔고 극복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일본기업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원가절감에 나서는 한편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산업에 힘을 집중시켰다”며 “따라서 현재 일본제품의 점유율이 70~100%에 이르는 부품들도 상당수여서 환율변동에 의해 값이 오르더라도 수출이 크게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부가가치산업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이러한 제품은 값보다는 ‘성능’이나 ‘디자인’으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기업들의 경우처럼 우리 역시 최근의 ‘환율하락’을 기업들의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정부의 환율방어 덕분에 큰 노력 없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달러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일본은 과거 300엔대에서 현재 100엔대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이가 나이가 들면 우유에서 이유식으로 바꿔야 하는 것처럼 우리 기업도 경제규모 확대에 맞춰 어려움을 감수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원가절감 노력과 집중 분야 재편, 기술개발 노력 등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이번 환율하락을 산업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출기업 중 경쟁력을 상실했음에도 높은 환율과 저금리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11-24 17:34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