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유럽 등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자산 버블을 부추기며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은행권에 초저금리 자금을 대출하거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이지머니(easy moneyㆍ조달비용이 낮아진 자금)'가 위험자산에 몰리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1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 붐이 일어났다 터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이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을 낳았고 다시 2004년 부동산 버블로 이어지면서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현재 FRB가 기준금리를 0.25%로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3차 양적완화(QE)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유럽 은행들에 1%의 저금리 자금을 3년 만기로 무제한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ECB는 지난해 12월 LTRO를 통해 4,890억유로를 푼 데 이어 오는 29일 2차 LTRO를 시행해 약 1조유로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현재 1%인 기준금리도 3월 0.75%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500억파운드(79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들은 저금리인 미국ㆍ유럽 등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딩'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ㆍ인도 등 이머징마켓과 미국의 투기등급채권(정크본드), 기업공개(IPO) 시장 등이 주요 투자처다. 지난달 미국 정크본드 발행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 미국 IPO시장은 7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았다.
또 헤지펀드 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형 헤지펀드들은 ECB의 LTRO로 수혜를 입은 유럽 은행주에 대거 투자하면서 큰 수익을 거뒀다. 투기자금은 이머징마켓으로도 몰리고 있다. 올 들어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비해 9%가량 절상됐고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 역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의 초저금리 기조와 함께 ECB의 1차 LTRO가 이머징마켓에 대한 주자자들의 식욕에 불을 붙이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가 리스크 선호현상을 증폭시켜 미래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실책임을 묻지 않는 구제금융과 이지머니는 무책임한 행동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