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녀들의 화장법' 사진작가 오형근씨 개인전

소녀들 화장법 통해 본 불안한 욕망·갈등


짙게 올려 그린 아이라인과 촉촉하게 입술을 덮은 립글로스. 눈동자를 커 보이게 하려고 착용한 서클렌즈에 여드름을 가리려 한 노력이 역력한 약간 들뜬 파운데이션. 초등 6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소녀들이지만 화장법은 엇비슷하다. 흉내내고 싶은 여성성은 알록달록 덜 다듬어진 손톱, 불안한 눈빛과 자세에서 충돌을 일으킨다. 사진작가 오형근(45)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걸린 작품들이다. 작가는 동대문ㆍ이대앞ㆍ신림동 순대골목까지 10대 청소년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 화장 한 소녀들을 찾아냈다. 1999년 ‘아줌마’시리즈를 통해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불안한 중년여성을 표현했던 그가 2004년 ‘소녀연기(少女演技)’에 이어 ‘소녀들의 화장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소녀인가. 오씨는 “소녀들은 완전하지 않은 여성성, 능숙하지 않은 치장, 소외감의 중간지대에 있기에 서투름과 불안한 욕망, 갈등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사체를 또다른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남성적 시선이 드리워진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작가는 “요즘 소녀들은 가족에게서 태도와 화장을 배우는 게 아니라 연예인들에게서 ‘화장이미지’를 배우고 있다. 남성과 관객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어린 소녀들의 정체성 형성에 위험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캐스팅에 응한 소녀들 500여명 중 이태원 작가 작업실까지 오는 경우는 120명 정도에 불과했고 작가는 섭외과정에서 ‘변태스럽다’는 오해도 받았기에 교수명함과 작품집을 늘 챙겨다녀야 했다. 소녀들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화장을 했고 사진은 30분에서 한시간 가량의 촬영으로 완성돼 부모의 동의를 거쳐 작품으로 걸렸다. 작가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장화홍련’ ‘스캔들’ 등 40여편의 상업포스터를 통해 감각을 선보여 왔고, ‘아줌마’ 시리즈로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받으며 순수예술의 재능도 인정받았다. 전시는 연말까지 열린 뒤 내년 스위스 취리히의 미키윅 갤러리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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