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권 범죄와의 전쟁 1년] <상> 법 위에서 노는 '범털' 국회의원·공직자

자신이 만든 정책 관련주 투자… 주가 300%이상 대박나기도

내부자거래 개연성 높지만 현행법상 내부자 정보는

정책 아닌 기업정보 한정… 처벌할 법적 근거 없어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주가조작 세력 청산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주식시장이 예년보다 '클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셀트리온 시세조종 사건과 CJ(001040) E&M, NHN엔터테인먼트의 실적정보 유출 등을 적발하며 굵직한 성과를 올렸고 검찰도 예년보다 많은 주가조작건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내부정보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예년보다 줄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도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보다 기업 핵심정보를 더 빠르고 깊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입안자와 정치인 등은 오히려 주식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는 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입안자와 정치인 등에 대한 법의 잣대가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공개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은 자신들이 만든 정책과 연관된 테마주 투자에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관련된 종목에 대거 투자했다.김 의원은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의 경기와 소치 동계올림픽 생중계로 주목 받았던 아프리카TV(067160) 주식 102주를 매수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2월 6,320원에서 올해 3월 2만9,200원까지 362% 넘게 폭등한 대표적인 테마주였다. 직무와는 연관성이 떨어지지만 김 의원이 보유한 윈스테크넷(136540)(124주)도 지난해 보안 관련 테마로 묶여 주가가 2012년 6월 6,000원에서 지난해 5월 2만3,0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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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사 정보와 관련이 깊은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을 보유했다가 매도한 사례도 눈에 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황철주 대표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이다.

김규석 국가정보원 제3차장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3,842주를 전량 매도했고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도 주성엔지니어링 500주를 매도했다.

고위공직자 배우자의 주식투자도 활발했다. 장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의 배우자는 지난해 식약처의 직무와 관련된 주식이자 박근혜 정부의 대표 육아 관련 복지 수혜주인 보령메디앙스(014100)와 아가방컴퍼니(013990)를 각각 500주씩 매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주식투자를 활발히 하고 일반 투자자에 비해 높은 주식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기업 내부정보를 얻고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허가·인가·지도·감독 등의 업무를 하는 정부와 법을 만드는 국회에는 필연적으로 기업정보가 모일 수밖에 없다"며 "전문 투자자도 아닌데 수익률이 높다면 내부거래를 의심해야봐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의원들과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나오는 투자와 관련된 정책에는 항상 기업들이 엮인다. 남북가스관주, 남북경협주, 비무장지대(DMZ) 테마주, 지방선거 테마주 등은 정부 정책 입안 또는 국회 입법 과정 등을 거치며 예외 없이 추가 급등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업무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얻은 정보가 가족들에게로 흘러가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내부자 정보를 기업정보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정책정보가 기업정보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내부거래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위공직자가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에 미리 통신 주식을 매도하거나 지인에게 제재 예정 사실을 알려도 내부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통신 3사에 대한 실명이나 과징금 규모 내역 등을 '반드시' 상세하게 거론했을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되는 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내부자 규정에 대한 법의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임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장은 "미공개 중요정보는 해당 법인, 즉 '기업정보'에만 해당하고 '정책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규제 관련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다고 해도 처벌할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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