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문의 빗발우유와 유산균 발효유 등의 가정배달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명예퇴직과 감원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남편의 실직에 대비, 부업 차원에서 가정배달원으로 나서는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11일 유가공업계에 따르면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든 지난해말 이후 가정배달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또 기존 가정배달원의 중도 퇴직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가정배달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해야 하는 등 대표적인 3D업종으로 90년대 들어 지원자가 급감, 인력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업체들이 이제는 골라서 채용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가장 탄탄한 가정배달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올 상반기 동안 「야쿠르트 아줌마」를 지원한 주부가 1천5백20명에 달했다. 지난 94년 1천4백96명을 고비로 95년 1천3백명, 지난해에는 1천3백30명으로 줄었던 것이 반전됐다.
지원자는 36∼40세가 33.7%, 31∼35세가 31.5%로 30∼40세의 젊은 주부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가운데 4백명을 채용, 지난해말 9천4백여명이었던 판매원을 현재는 9천8백여명으로 늘렸다.
또 보급소별로 총 1만여명의 우유 배달원을 보유, 전체 매출 중 가정배달 판매가 30%를 넘는 서울우유도 『올들어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이 크게 줄었으며 가정배달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종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매일유업은 『우유 가정배달원뿐만 아니라 유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려는 희망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배달 희망자가 늘자 빙그레는 조만간 배달원을 모집,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신제품 발효유 「닥터 캡슐」의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유업체들이 그동안 인력 확보난으로 배달판매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일반 유통망을 통한 판촉에 주력해온 것과는 반대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편이 언제 실직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장래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더 벌어놓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문병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