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약] 의약품 수입 '황소걸음'

「수출은 뒷걸음질, 수입은 황소걸음」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약품 수입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제약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15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잠정 집계한 「2000년도 1.4분기 의약품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25.6%나 감소했던 의약품 수입이 올해 1분기에는 2억 4,899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기간 보다 8%가 늘었다. 여기에는 한약재 관련 실적이 제외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수치는 이보다 크게 늘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업이후 이른바 「오리지널 제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원료의약품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해 12.8%나 늘었던 국내업체의 해외수출은 올들어 3월말 현재 1억124만 달러로 되레 2.35% 감소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수입액의 대부분 원료다. 이는 국내제약산업의 수입원료 의존도가 70~80%에 달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업체들이 경기회복기를 맞아 완제품 생산을 크게 늘렸기 때문. 이기간에 수입액은 1억 6,945만 달러로 작년보다 6.4%가 늘었다. 하지만 완제품의 수입도 동반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완제품 수입액은 지난해 15%이상 감소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보다 8%가량 뛰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완제의약품 수입 증가세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더욱 가파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C사 수출팀 관계자는『완제의약품 수입이 증가는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것』이라며『분업이 시행되면 약효가 동등하더라도 의사들이 오리지널 제품 위주로 처방전을 낼 것으로 보여 수입약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수입의 급격한 증가세와 관련, 국내 제약산업이 뿌리채 흔들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제약 영업담당이사는 『국내기업들이 연구·개발 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노려 수입에만 신경을 쓴다면 자칫 제약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신약개발과 함께 틈새시장을 겨냥한 신제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수출이 뒷걸음친 것은 원료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주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수출주력품목의 역할을 해온 원료의약품은 1분기 7,100만달러로 작년보다 3%이상 줄어 들었으며 특히 항생제 원료 「7-ACA」는 20%이상 급감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등 국내 원료제품을 수입해 오던 나라들이 작년부터 자체 생산에 나서 수입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과잉생산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면 완제품 수출은 4,120달러로 작년 1분기 보다 36%가량 늘었다. 하지만 수출입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증가율은 타 산업과 비교할 때 사실상 감소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국내업체들이 신규 시장개척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C사의 국제사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수출은 대부분 일본,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고 『중동이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원화환율의 하락도 수출감소의 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업계의 시장·품목 다변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는 세제지원과 의약품 수출입을 전담하는 부서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태현기자TH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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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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