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은 자리를 비우지만 새로운 경쟁은 시작됐다.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주역들은 속속 소속팀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3월 축구대표팀 발탁을 위한 간접 경쟁이 막을 올렸다. 슈틸리케는 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약 한 달간 유럽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 휴가라고 눈과 귀까지 닫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컵 대표팀 선발에서 보듯 슈틸리케에게 '영원한 주전'은 없다. 기존 주전들은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잠재적 후보들은 슈틸리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대표팀은 3월23일께 소집돼 27일과 31일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6월 시작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옥석을 가릴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동갑내기 손흥민·김진수, 질주는 계속된다=손흥민(레버쿠젠)은 5일 독일로 출국하며 "4년 전에는 어린 선수가 아시안컵에 출전해 겁 없이 뛰었다면 이번에는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무대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3골을 넣었다.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 합류할 그는 "다른 팀원들은 이미 후반기를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제가 몇 골을 더 넣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손흥민은 한 시즌 개인 최다 골(12골) 타이 기록에 한 골만을 남겼으며 5일 헤르타 베를린을 1대0으로 이긴 레버쿠젠은 리그 5위다. 1~4위에 챔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들어오려면 소속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아시안컵에서 '제2 이영표'로 자리매김한 왼쪽 수비수 김진수(호펜하임)는 복귀하자마자 선발 출전(베르더 브레멘전 1대2 패)했다. 풀 타임을 뛰게 할 정도로 호펜하임에서도 대체 불가 선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윤석영(퀸스파크)이 발목 부상에서 최근 한 달 만에 복귀한 터라 대표팀 왼쪽 수비수 경쟁이 볼 만해졌다. 마인츠에서 함께 뛰는 구자철과 박주호는 4일 경기에는 결장했지만 7일 베를린전부터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팔꿈치 부상으로 아시안컵을 조기 마감한 구자철은 4일 교체 명단에 포함돼 회복을 확인했다.
한편 2부리그 볼턴에서 최근 EPL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구단이 5일 발표한 25인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 25명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아시안컵에서 중도 귀국하게 한 정강이 실금이 회복되고 있어 이달 말 EPL 복귀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15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5일 32강 재경기에서 2대1로 볼턴을 꺾은 리버풀이다. 회복이 빠르면 이청용은 리버풀전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지동원·석현준, 슈틸리케 눈도장 받을까=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는 무명이던 이정협(상주)에게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공격수 부족은 대표팀의 여전한 고민이다. 5일 독일과 포르투갈에서 슈틸리케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도르트문트에서 지난해 말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지동원은 이날 도르트문트와의 분데스리가 경기에 선발로 나와 65분을 뛰었다. 11개월 만의 선발 출전.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결승 골에 간접 도움을 주는 등 왕성한 활동량으로 1대0 승리에 기여했다. 3연승을 거둔 아우크스부르크는 레버쿠젠에 1점 앞선 4위로 올라섰다. 지동원의 A매치 기록은 30경기 8골.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2경기에 출전했지만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대표팀과 멀어졌다. 부상과 팀 사정상 도르트문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지동원을 뽑을 수는 없었다. 그랬던 지동원은 이적 뒤 2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르투갈리그의 석현준(비토리아 세투발)도 있다. 리그컵 경기(3대0 승)에서 선제 골을 터뜨렸다. 수비 2명이 따라붙었으나 피지컬(신체적 우위)로 이겨내고 왼쪽 크로스를 골로 마무리했다. 시즌 7호 골. 190㎝ 장신인 석현준은 슈틸리케가 선호하는 타깃맨 조건에 딱 맞다. 네덜란드 아약스를 시작으로 비토리아가 벌써 6번째 팀이지만 아직 24세다. A매치 경험은 2010년 이란과의 평가전이 처음이자 마지막. 슈틸리케가 찾는 '제2의 이정협'은 석현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