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년 중동을 비롯한 해외건설 현장을 떠돌다가 퇴직을 앞둔 어떤 건설사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아들이 그동안 자라나는 과정을 보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가 국내에 들어왔다 다시 해외현장으로 나갈 때 공항에 배웅 나와선 비행기를 보고 `아빠 집이다`라고 소리치던 그 아들이란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국내건 해외건 건설업체에서 20여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건설인들이라면 이런 얘기에 모두 공감한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 건설은 60, 70년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건설인은 누가 뭐라해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60년대 모 건설사가 중동에서 5억 달러 상당의 항만공사를 수주한 후 달러로 기성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그렇게 많은 달러를 처리해본 적이 없던 정부와 은행권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까지도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지금,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잊혀져 가고 있다. 더불어 건설인들의 자부심 또한 상처를 입었다.
한때는 부실시공으로 오명을 뒤집어 쓰더니 요즘은 집값과 분양가 상승의 주범이니 비자금의 산실이니 비아냥대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건설산업은 한물간 산업이라는 인식도 사회에 팽배해 있다.
건설하면 이제는 다리나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시설 보다는 아파트를 연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건설인들의 업 가운데 집을 짓는 일은 작년처럼 그 비중이 급격히 커졌을 때에도 25%를 넘기지 않는다.
물론 이같은 인식이 확산되기까지는 건설인들에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 단기간에 이뤄낸 건설산업의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 있는 취약한 펀더멘털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정적인 면들이 건설의 전부인양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인들이 가장 가슴아파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 건설업체와 건설인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해외 오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쫓아오는 중국과 동남아 건설업체를 따돌리랴, 우리를 따돌리려는 미국과 일본 업체를 따라잡으랴, 치열한 국제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이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으로 감원을 하고, 또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기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면 외에도 업계의 이런 노력과 과거의 공적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 또한 필수적이다. 건설산업은 절대로 사양산업이 아니다. 건설산업이 사양산업이라면 선진국인 미국와 일본에서는 왜 벡텔, 다이세이, 다이와 등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겠는가.
<정숙진(대한건설협회 기획홍보실 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