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들의 정치권 비난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략적 득실계산에 분주하다.
정치권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제난의 한파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민생을 돌보기는커녕 정파적인 이해에 사로잡혀 민의를 저버린 채 국회를 장기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민의(民意)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는 욕설이 난무하고 몸싸움으로 얼룩져 무법천지가 됐다.
그러나 여야는 화난 민심에 사과하고 정치 정상화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대치과 갈등의 판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속내는 국정주도권 장악=22일 정치권은 일단 정면충돌을 피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내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강행처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외교통상통일위 단독상정 등 집권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오는 25일까지 야당과 대화에 나서겠다며 쟁점법안 강행처리의 명분 쌓기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국회 상임위 봉쇄 등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국회 파행에 대해 이명박(MB)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여야의 이 같은 행보는 연말정국이 국정주도권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우선 여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뒤 야당과의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올해 안에 민생경제법안과 이념법안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년 출범 2년차를 맞아 국정 개혁의 주요 과제 추진이 국회 입법에서부터 발목 잡힌다면 정권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도 국회의석 299석 가운데 172석을 차지한 공룡 여당의 힘의 논리에 밀리면 5년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당의 모든 역량을 투입, 쟁점법안 처리를 실력 저지할 방침이다. 82석의 민주당은 야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개헌 저지선인 전체의석의 3분의1(100석)에 못 미치는 현실 속에서 집권당에 정국주도권을 내주면 당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 실리 챙겨…야, 명분 쌓아=한나라당의 연말정국 대응 평가는 일단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게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물리적 충돌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년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해 충분한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대 여당으로서 이른바 MB식 개혁 과제를 안고 있는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의 강행처리와 한미 FTA 비준안 단독상정 등 잇단 무리수로 국회파행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MB 개혁입법의 연내 마무리가 불투명해진 점은 한나라당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민주당은 집권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국회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기면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부 정책에 무조건 편드는 집권당의 정치적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쌓은 것이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 있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는 인상만 남기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안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극복해야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