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체株 주도 '1월효과' 불댕겼다

■ 주가 20P 급등경기호전 기대에 기관.외국인 사자 '상승질주' 지난해 말부터 발동을 걸기 시작한 주식시장이 연초 벽두부터 무섭게 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쪽이 더 우세하다. '1월 효과'(January effect)가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셈이다. 1월 효과란 그 해 경기흐름이 좋고 그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도 호전되는 점을 미리 반영해 주가가 연초부터 뛰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주식시장을 억눌렀던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반도체가격 상승이 주가에 불을 붙였다. 주가가 급등하자 그동안 매도우위 전략을 구사하며 현찰을 확보한 기관들이 매수에 적극 가담하고 외국인들마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며 달려들고 있다. 주가가 경기호전과 기관ㆍ외국인의 쌍끌이 장세가 맞물려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부산아시안게임 및 월드컵 특수가 국내 경기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고 외국인들의 국내 경기 및 기업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한번 1,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반도체 등 경기회복이 물꼬 터 주가회복의 열쇠인 경기회복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국제반도체가격이 지난해 11월 초 바닥을 찍고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경기 및 세계 경제의 회복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메모리주력 제품인 128메가SD램의 아시아현물시장가격이 지난해 11월6일 0.93달러까지 추락했으나 3일 현재 2.74달러로 무려 3배 정도 폭등했다. 반도체 경기와 함께 세계 경기의 핵심인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징후가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4일 발표한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ㆍ구 전미구매자협회)의 지난해 12월 중 제조업지수가 월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 48.2를 기록하며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신규주문지수도 65.9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국내경기의 회복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전경련이 조사한 1월 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5.1를 기록하며 2개월째 100을 넘어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 월드컵 특수가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월드컵이 국내 경기 회복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 기관ㆍ외국인 매수에 적극 가담 그동안 외국인들만의 매수로 수급이 불안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기관들도 적극적인 사자에 나섬에 따라 시장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의 가세에 따른 쌍끌이장세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기관들은 지난해 한해 동안 2조7,80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으나 지난해 12월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 동안에만 무려 5,96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7조4,477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관망세를 접고 다시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서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예탁금 또한 12월12일 11조원에 육박한 뒤 감소세를 보이다 28일 9조3,590억원을 기록한 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이달 2일 현재 9조7,643억원으로 늘어났다. 예탁금 증가는 개인들의 순매도 때문이지만 언제든지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대기 매수세만큼은 강해진 셈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그동안 외국인들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올해에는 주식형 수익증권 지속 증가와 연기금 풀 구성 등으로 국내 기관들의 시장참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과열 우려의 목소리도 점증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증시에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반도체가격 반등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장기투자자가 아닐 경우 차익실현시점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아직 기술적으로 매도 사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지수가 조정 없이 곧바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700대 초반까지 밀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업종대표주와 금융주를 저점매수하는 기회는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투자자의 경우 크게 연연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오현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약세 등 잠재악재가 있고 단기급등하기는 했지만 시장여건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750선에서 잠시 주춤거리더라도 큰 조정 없이 800선 너머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과 내수부문의 업종대표주들이 모인 '브랜드 칩'과 금융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