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오석 "금리 내려야"에 김중수 "통화정책 만병통치약 아니다"

같은 국내외 경제지표 놓고도 엇갈린 해석<br>동시다발 악재 쏟아지는데… 공조 물건너가

왼쪽부터 현오석 경제부총리, 김중수 한은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고ㆍ서울대ㆍ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어도 두 사람의 경기인식은 천양지차다. 경기인식이 다르면 해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향후 정책공조(Policy Mix) 에 있어서도 잡음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김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발언과 현 부총리가 전날 기자만찬에서 했던 경기 관련 발언들은 두 수장이 같은 나라 경제를 책임진 수장들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를 것 없는 경제지표, 다른 해법=재정부가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정부와 한은이 정책조율을 끝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정부가 지난달 발표했던 2.3%와는 0.3%포인트 차이가 났다. 한은은 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진 배경으로 지난해 하반기 성장부진(-0.1%포인트)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0.1%포인트) 등을 들었다.

정부 전망치와 0.3%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은 정부가 경기부진으로 12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이를 반영한 반면 한은은 12조원을 정부가 추경으로 메울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신운 조사국장은 "세출이 10조원 변동할 때 경제성장률이 0.4~0.5%포인트 차이 나는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세입부족분이 미칠 영향은 절반 정도(0.2~0.2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한은의 경기전망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결국 같은 전망을 놓고 재정부는 비관론을, 한은은 긍정론을 펼쳤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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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중간에서 우왕좌왕=문제는 경제전망이 이처럼 비슷한데도 두 수장의 목소리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현 부총리는 "정책은 재정ㆍ금융ㆍ부동산 등이 조합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김 총재는 이날 "금리인하와 동결 중 동결이 한국 경제에 더 나은 판단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정책은 쉬운 방향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하는 것"이라는 훈수도 뒀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견해차는 뚜렷했다. 현 부총리는 "세계 경제 자체가 저성장 모드"라며 "적어도 5년은 그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총재는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견해차는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집안 대소사를 책임지는 맏며느리는 어쩌다 한번 실수해도 크게 혼나지만 명절에나 오는 막내며느리는 설거지만 해도 칭찬 받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맏며느리'인 재정부가 '막내며느리' 한은을 핀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총재는 한은법을 꺼내들었다. 김 총재는 "한은법 1조 물가안정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나 개념은 없다"고 일갈했다.

문제는 두 기관장의 자존심 싸움에 시장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리스크와 엔저 공세에 낀 상황에서 외부적인 쇼크가 왔을 때 재정부와 한은이 과연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짙게 깔리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정부와 한은의 경제전망이 충돌하고 정책에서 손발이 안 맞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차라리 이럴 바에야 두 사람 중 한 명이 그만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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