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심(初心)의 거울

경제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정권 말기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하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우리경제의 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세계 경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를 뒷받침해온 소비가 꺾이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적자금에 따른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고 부동산투기바람에다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서민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만만하지 않다. 국민의 정부 경제업적을 어떻게 보느냐는 개개인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 남지않은 기간 동안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전반적인 성적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 초기에는 거창한 청사진을 내걸고 의욕을 보이다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 낭패를 당한 사례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선진국 클럽인 OECD 가입에 들떠 있다가 말기에 외환위기로 국가경제를 거덜 낸 김영삼 정권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민의 정부가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권 말기 현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경제현안을 빈틈없이 챙기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보아 짧은 기간 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한데 이어 거시지표면에서 큰 문제없이 경제를 운용해 왔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대외적으로 악재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6%정도의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안정과 경상수지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평가 받을 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이나 구조문제로 들어가면 평가는 복잡해진다. 우선 정권 말기에 이르러 부동산투기바람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는 점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분배비율 축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남아돌게 된 자금이 가계부문에 경쟁적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아파트가격 폭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특히 주택 보유율이 턱없이 낮은 수도권의 경우 저금리로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금융환경의 변화와 고질적인 부동산투기심리가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풀렸기 때문이라는 게 통화당국의 진단이지만 섣불리 금리를 올려 유동성환수에 나설 형편도 못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가가 바닥을 헤매고 가계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무슨 낭패를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조세저항이 만만하지 않은 가운데 아파트가 현찰이 된 마당에 부동산거품이 일시에 꺼지는 경우 금융부실화의 위험도 만만하지 않다. 반면에 장기간에 걸쳐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정부 에 기대를 걸었던 수많은 투자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있다. 비록 세계 경제불안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지만 주가가 외환위기 직후수준으로 폭락하고 막대한 부가 날아간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시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특히 벤처의 상징인 코스닥시장은 이대로 갈 경우 시장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부동산투기바람과 벤처졸부 계층의 양산 등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과소비ㆍ사치풍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도 형평과 복지를 강조해온 국민의 정부로서는 책임을 느껴야 할 대목이다.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협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와 부패 그리고 퇴폐향락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현실도 유난히 투명성을 강조해온 개혁의 성과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싸고 노사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노사정대타협 정신을 추구해온 국민의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개발연대와의 차별화를 추구한 DJ노믹스 성적표가 나올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다. 성과와 문제점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청사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막바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5년 전의 초심의 거울에 현실을 비춰볼 수 있는 여유이다. /논설위원(經營博)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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