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자유치 방안 기업설명회등 그쳐'경제월드컵의 앙꼬가 비었다.'
국운 융성의 최대 호기로 꼽히는 2002 한일 월드컵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부는 이를 경제월드컵으로 확산시킬 '메인 디시(외국자본을 유인할 투자환경 조성)'를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크게 ▲ 다국적 기업의 주요 CEO 초청 ▲ 국내 기업 생산현장 방문 ▲ 투자자를 위한 기업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 밖에 ▲ 월드컵 종합박람회 개최 ▲ 월드컵 유망상품 전시판매 ▲ 밀레니엄상품 개발지원 ▲ 세계 일류상품전시회 개최 ▲ 세계 일류상품 해외로드쇼 등이 추진중이다.
지자체 역시 이 같은 차원의 월드컵 활용방안을 만들고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각종 외국인 투자유치 방안은 한마디로 잔칫집 상위에 올라가는 반찬류들뿐"이라며 "정작 외국투자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거나 손이 나가게 하는 메인 디시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투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매력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월드컵 기간동안 한국을 방문하거나, TV등을 통해 접하게 될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종합대책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려면 기본적으로 투자대상지의 메리트가 과연 얼마나 있느냐를 따지기 마련이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등도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월드컵을 통해 이들보다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는 한국만의 투자환경 조성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이와 관련, 한국이 차별적인 투자 메리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 국가 발전을 위한 일관된 원칙 확립 ▲ 기관별, 지역별로 중첩된 각종 규제의 단순화 ▲ 탄력적인 노동환경 확보 ▲ 생활기반의 편의성 제고 등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해온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외국기업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최종 결정단계에서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정부의 중장기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에 대한 신뢰부족으로 망설인다"고 전했다.
국내 진출을 검토하다 포기한 외국계 전력업체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 인수팀의 한 관계자는 "대형 발전설비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진행했으나 한국 정부의 전력산업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최종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단순히 월드컵 경기를 공짜로 구경하거나, 한국의 유망 기업체를 방문한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할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려면 비교 대상국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란 점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