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힘모아 다시 뛰자] (6) 親기업 환경 조성하자

지난해 4월 삼성전자의 멕시코 생활가전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행은 현지의 친기업적인 환경에 세 번 놀랐다고 한다. 첫번째는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척추 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준공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윤 부회장 일행을 준공식 참석직전에 대통령궁으로 초청한 것. 하지만 더욱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고 한다. 폭스 대통령은 면담이 길어져 준공식에 늦게 되자 대통령 전용 헬기를 내줬다. 윤 부회장이 세번째로 놀란 것은 비센테 대통령과 면담을 한 후 한참 지나서였다. 당시 윤 부회장은 면담자리를 통해 지나가는 말처럼 `냉장고 제작용 철판에 붙는 관세(25%)가 너무 높으니 낮춰달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윤 부회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로부터 2개월 후 관련제품의 관세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해외에서 `기업은 국빈`= 세계 각국의 기업 유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물론 국부(國富)와 국가발전,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은 모두 기업의 성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는 도시, 칼란타시는 삼성전자 때문에 희망의 도시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의 슬로바키아 TV 공장 준공식 때 미쿨라시 주란다 총리가 방명록에 적어놓은 내용이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미국 앨라배마주는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각종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 데 이어 전담 공무원까지 배치, 현대차 직원들의 병원 섭외, 운전면허 취득, 자녀들의 학교 입학 등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챙겨주고 있다. 또 영국에서 외국 기업의 공장 준공식 때 엘리자베드 2세 여왕이 참석하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국내는 `반기업 정서` 위험 수준= 반면 한국은 어떤가. 기업의 신년 일정은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소환, 사무실 압수수색 등으로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나 노조도 불신어린 눈으로만 보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기업 인식도`적대적`인 수준에 가깝다. 다국적 종합컨설팅사인 액센츄어가 세계 22개국(사회주의국가 제외) 최고경영자(CEO)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의 CEO 가운데 70%가 `국민이 기업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20살 이상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기업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호감 지수가 100점 만점에 38.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7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는 물론 정경유착이나 분식회계, 노조탄압 등으로 기업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IMF 위기의 주요 원인도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족벌 경영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일차적인 본질인 `이윤추구` 자체를 부정하는 견해가 많다는 것이다. 상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활동 우선 순위로 응답자의 46.5%가 `부의 사회 환원`을 꼽았다. 손영기 상의 경제교육TF팀장은 “기업은 이윤 추구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주도, 자연스레 사회에 기여한다”며 “부의 사회 환원이나 공익 활동 등에 적극 나서지 않다고 `나쁜 기업`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해는 국민에게= 이 같은 반기업정서 만연은 기업가 정신의 퇴조로 이어지고 있다. 상의에 따르면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의 비중은 지난 2002년 77.9%에서 지난해 89.0%로 11%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64억 달러로 4년째 줄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미래 경쟁력 상실과 산업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에 이어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실업률 상승이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상태다. 박용성 상의 회장은 “해외에서는 법인세 인하, 무노조 보장 등 각종 혜택을 내걸고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며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고 수익성도 낮은데 애국심 때문에 국내 투자를 고집하는 기업인이 있다면 위선자”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라= 현재 해외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개혁, 노동유연성 확보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한편 친기업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영국이 지난 2001년부터 `반기업 정서 퇴치 프로그램`을 운영, 기업 현장체험 프로그램, 지역 사회와 교류 강화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게 대표적이 사례. 박영석 액센추어 마케팅 이사는 “반기업적인 내용을 담은 중ㆍ고등학교 교과서를 개정하고 정치자금도 현실에 맞도록 관련법을 정비, 투명하면서도 합법적으로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기업가 정신이 퇴조할 경우 한국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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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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