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극장도 수익성 위주 대관… "문화 다양성 사라져"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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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뮤지컬 쏠림' 심하다
공공극장도 수익성 위주 대관… "문화 다양성 사라져"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공공극장들의 연말연시 대관이 뮤지컬로만 몰리면서 문화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LG아트센터 등 사설 공연장의 연말연시공연이 뮤지컬 일색인데다 국립극장 등 공공극장들마저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공공극장 정책과 순수예술업계의 타성에 젖은 공연 기획 여파로 시민들의 문화 편식이 심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뮤지컬이 장악한 공공극장= 예산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국립극장은 연말연초 해오름극장을 뮤지컬에 내줬다. 1,563석 규모의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은 3년 동안 뮤지컬 대관일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지난 2004년 12월에서 2005년 2월까지 32일에 불과했던 뮤지컬 대관일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연말연시 뮤지컬 공연일수가 무려 78일에 이른다. 공연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12~2월에는 12월 31일 하루를 빼고 모두 뮤지컬에 내준 셈.
서울시 지원의 세종문화회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매년 연말연시 음악회ㆍ무용 등 다양한 공연을 마련했던 세종문화회관이 이번 연말엔 뮤지컬 비중을 대폭 늘렸다.
7년 동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자리를 서울시 뮤지컬단의 뮤지컬 '애니'가 대신하면서 뮤지컬 공연 일수가 56일로 전년 동기 대비 12일 증가한 것. 중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충무아트홀 대극장 역시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줄곧 뮤지컬만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문화 다양성은 어디로= 연말연시 뮤지컬 쏠림 현상은 공공극장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뮤지컬 대관을 늘린 데다 순수예술업체들이 특정 시기에만 공연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는 데 따른 현상. 공공극장들이 재정 확충을 위해 뮤지컬을 공동 주최하거나 흥행 수익 배분 계약을 맺으면서 연말 뮤지컬 대관은 대폭 늘어났다.
12월 5~28일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와 내년 1, 2월 공연 예정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모두 국립극장의 공동주최 공연. 국립극장은 대관료만큼 지분 참여를 하기 때문에 흥행이 잘 될수록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세종문화회관도 정식 대관료 외에 매출의 2~10%를 흥행 수익으로 가져 갈 수 있어 뮤지컬 대관을 더 반긴다.
뮤지컬 공연의 비수기인 1, 2월도 뮤지컬로 채워진 이유는 공공극장들이 뮤지컬 대관을 선호하는데다 순수예술업체들이 공연을 3~5월에 집중적으로 올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발레단 등 국립 예술단체들은 공연 희망일자에 우선적으로 대관 신청이 가능하지만 현재 1,2월에 정식 공연 올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상황.
문경환 국립발레단 홍보팀장은 "해외에선 1, 2월도 발레가 유행하는 시즌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2월에 갈라 콘서트가 아닌 정기 공연하는 건 흥행면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쏠림 현상은 결국 시민들의 문화 편식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공공 공연장들이 수익성만을 좇아 공연하게 되면서 시민들이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도 "공연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공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입력시간 : 2007/12/2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