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망좋은 집/문동신 농어촌진흥공사 사장(로터리)

70년대말 밤에 서울에 도착한 외국인은 산 위에 있는 달동네의 불빛을 보고 큰 아파트나 주택단지라고 생각하고 경제가 무척 발전한 나라로 착각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급 주택단지는 산등성이나 언덕 등 전망좋은 곳에 자리잡고 힐(Hill)이라는 지명이 붙은 동네로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었다.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주거지 개념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산 위에 사는 것으로 인식되고 일반적으로 평지를 선호하여 인구증가와 핵가족화에 따른 택지 부족은 급속한 농지 전용으로 이어졌다. 지난 91년부터 96년까지 전용된 농지는 22만1천㏊로 지난 90년 1백8%를 상회하던 쌀자급률이 96년에는 92%로 감소되었고 이는 대부분 택지 및 근린생활시설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국토의 20%를 차지하는 농지가 오는 2001년에는 18%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식량자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원주택 및 여가시설에 대한 도시민의 욕구가 커지면서 도시근교는 우량농지조차 무분별하게 전용돼 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일선 시군에서 농경지 정리형태의 주택단지 공사방식은 불허하고 산림형질 변경지침을 만들어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전원주택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임야개발과 함께 산간지에 위치한 한계농지를 개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농지의 20%를 차지하는 한계농지는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아 매년 휴경이 늘고 있다. 이를 택지 및 관광시설 용지로 사용하는 것은 도시민의 욕구에 부응하고 우량농지의 방만한 전용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지형에 맞는 과수 축산단지를 조성하여 주민에게 공급한다면 농원으로서의 가치도 보존되어 농민의 소득을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처럼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자가용이 보편화된 지금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집을 지을 수 있고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전원주택은 교외에 있다 뿐이지 도심의 주택단지와 다를 바 없이 구획된 틀 안에 있어 자연과 접하기 어려웠으나 한계농지를 이용한다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풍치좋은 곳에 자리잡은 숲속의 전원주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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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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