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불안이 국내 증시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허덕이던 우리 증시는 15일 미국의 신용위기 확산 우려가 재발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불과 4거래일 만에 다시 갈아 치웠다. 쉴새 없이 터지는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바닥을 다지던 우리 증시가 금융위기 카운터 펀치에 사실상 ‘녹다운(knock down)’이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폭격의 주범인 미국의 모기지업체인 패니맥과 프레디맥 사건과 지난 3월 베어스턴스발 금융위기를 비교하며 증시 흐름을 관측하고 있으나 전망은 엇갈렸다. ◇코스피지수 16개월래 최저치=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무려 49.29포인트(3.16%)나 폭락하며 1,509.3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지난 9일 연중 최저치를 하향 돌파하며 지난해 4월10일(1,499포인트) 이후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이날 폭락은 미국 정부가 모기지업체의 부실에 따른 구제금융을 단행했지만 미국 증시가 하락한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삽시간에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과 기관이 이날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의 2,300억원어치의 순매도세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27거래일째 ‘팔자’ 행진에 나서 단순한 ‘셀(sell) 코리아’를 넘어 사실상 ‘엑소더스(Exodus)’ 수준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필호 HMC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과 신용 리스크라는 거대 변수가 중립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지수가 쉽사리 상승하기 힘들다”며 “특히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부실잔재가 여러 분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망은 엇갈려=증시에서는 이번 폭락을 몰고 온 미국의 금융위기를 놓고 3월에 발생한 베어스턴스 사태와의 유사성과 차별성, 그리고 이에 따른 향후 증시 움직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까지 제기하면서 3월 때보다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간주하며 장기적인 여진을 우려하고 있다. 당연히 증시가 상승 모드로 돌아서는 것도 상당 기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미국의 모기지 금융 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하는 만큼 한 금융기관의 파산에 불과했던 3월 베어스턴스 사태와는 분명히 달리 해석해야 한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주택저당채권 보험상품(MBS)은 총 3조3,000억달러로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4%에 육박하는 만큼 파괴력이 크다”며 “쉽게 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상당 기간 동안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3월 베어스턴스 사태가 진화되면서 증시가 반등했던 점과 유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미 정부가 선제적으로 양대 모기지 대출업체에 대한 구제금융조치를 단행할 경우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 해소 때처럼 뉴욕 주식시장이 극적인 반등세를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이 연구원은 또 “미 신용경색 재확산 우려 해소는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회복 요인뿐 아니라 달러강세를 통해 국제유가의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