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대형 세단인 '체어맨W'를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럭셔리 다목적차량(MPV)으로 변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형 SUV인 '티볼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코란도' 등 기존 라인업만으로는 회사가 회생하기 힘든 만큼 수익성이 높은 차를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유일(사진) 쌍용자동차 사장은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팔렉스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급 승용차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과도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차 1대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체어맨W의 변형 모델을 공개하기까지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어맨 브랜드를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발전적인 방향으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의 또 다른 대형 세단인 '체어맨H'는 이미 단종됐으며 체어맨W의 지난해 내수 실적은 전년 대비 30% 이상 하락할 정도로 대형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 사장은 올해 유럽 판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그는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물량을 대폭 줄이는 대신 서유럽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지난해 1만500대 수준이던 유럽 판매량을 올해는 62% 늘어난 1만7,00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티볼리는 오는 6월께 유럽시장에 본격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올해 유럽 판매 목표량 1만7,000대 중 1만대가량을 티볼리로 채울 계획이다.
이 사장은 유럽시장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현지 사무소 개소 소식도 전했다. 그는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대리점이 아닌 사무소를 개설했다"며 "마케팅 전략과 기술 개발을 병행하면서 고객 수요를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