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한.일 전자상거래 협약] 日 사이버공습 시작된다

『인터넷을 준비하는 기업은 살아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생존마저 힘들 것입니다. 산업혁명에 적응한 기업만이 살아남았듯이 말입니다.』최근 방한했던 미국의 유명 벤처기업 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챔버스 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인터넷이 제2의 산업혁명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신(기업)은 이 변혁의 물결에 준비되어 있느냐고 되물었다. 세계 네트워크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챔버스 사장의 경고는 곧 국내 기업들에게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인터넷을 타고 일본기업들의 사이버(CYBER)공습이 머지않아 드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하면 전세계가 연결되는 마당에 굳이 일본의 거센 사이버공습을 우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로 시도하고 있는 첫 전자상거래(ET)상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후쯤이면 전세계 상거래 가운데 인터넷을 터전으로 한 ET의 비중이 최소한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 국가들이 아직 풀어야할 선결과제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지적재산권, 보안, 제품의 표준화및 인증시스템, 지불에 대한 안정성 확보, 관세및 내국세문제등이 해결되어야 원활한 ET가 가능해진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이어 국제무역기구(WTO)가 ET문제를 주의제로 채택하려는 시도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한 97년이후 ET의 막강한 파괴력이 확인되면서 ET의 패권을 쥐기 위한 선진국들의 패권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21세기에도 세계경제를 주도하려는미국은 유럽연합(EU)의 반대에도 불구, ET가 이뤄지는 사이버 공간을 무관세지대로 만들자는 「인터넷 자유무역지대」를 부르짖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 한국이 ET를 본격화하려는 것도 양국이 나서서 아시아 ET블록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과 EU의 ET블록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 ET시장에서 거대한 블록을 갖고 있어야만 실속을 챙길 수 있다는 포석이다. 예정대로라면 한일간 ET는 내년초부터 시작된다. 비록 제한적인 업종을 대상으로 한 시범서비스로 출발하지만 ET의 전세계적 추세에 맞춰 거래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홍(金基弘)산업연구원 박사는 『중장기적으로 ET는 국제적 틀에 맞춰 진행되겠지만 일본과의 거래에 우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ET에서는 양국 기업들이 똑같은 기회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업계에는 양국간 ET가 발등의 불이다. 실리콘밸리의 디지털폭풍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일본은 엄청난 돈을 들여 지난 95년부터 ET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일본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기본법이 올들어서야 정해졌다. 더욱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아직도 역할 정립이 안되어 ET의 주도권을 쥐기위해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들의 대응도 취약하다. 일본과의 ET전에서 선제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완벽한 시스템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 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인 D사의 한 임원은 『ET의 개념과 파급효과에 대해 최근에서야 듣고 사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한일간 ET가 활성화되어 양국 대기업들이 표준화된 고품질의 부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경우 특히 기술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 업체의 무차별 공세로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의 가속화되며 중소기업들의 기반을 위협할 것이란 지적이다. 대기업들도 일본기업들의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가전 4사와 시스템통합(SI)업체 4사가 ET를 통한 공동 구매와 조달을 위한 회사 일렉트로피아를 지난해 연말에서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승호(裵承虎)기획팀장은 『일렉트로피아가 설립된 큰 이유중의 하나는 일본 가전업체의 사이버공략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하고 『일본 기업들ET공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업계는 이미 수입선다변화제도의 단계적 폐지로 일본기업들에 쓴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치제어밀링머신, 캠코더, 사출성형기, 복사기등 지난해 연말 해제된 일본제품은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이달말 폐지될 대형 컬러TV, 휴대전화기, 전기밥솥, 왜건형 자동차등도 같은 강도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한일간 ET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기를 최소화하고 ET를 기회롤 거머쥐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균섭(金均燮)산자부 산업기술국장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일본 기업들이 ET를 통한 기업간 거래(B TO B)에서 가격 덤핑을 못하도록 제한하는등 소극적 방법밖에 없다』며 『ET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력 축적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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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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