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량 수능출제위원장(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은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수능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이 설명했다.
언어ㆍ수리는 쉽게 냈지만 외국어는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했다는 게 출제본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언어 만점자 비율이 0.28%였고, 수리가형 0.31%, 수리나형 0.97%, 외국어 2.67%인 점을 감안, 언어와 수리의 난이도를 낮춰 만점자 비율이 1%에 가깝게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리 영역을 놓고 일선교사들과 입시업체들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EBS 연계율 70%ㆍ만점자 1%'원칙 하에 출제가 이뤄졌으나 수리나만 만점자가 1%에 가까웠을 뿐 나머지 과목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난이도 조절 성패는 최종 채점 결과를 봐야 파악될 전망이다.
◇언어 쉬워 만점자 늘 듯=일선교사와 입시업체들은 언어영역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지난해 만점자 보다 올해 만점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목표치인 1%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올해 8월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어렵게 출제했다는 출제본부의 설명에서 벗어나지 않는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상담교사단의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했지만 최고 난이도 문제가 줄어서 만점자가 늘 것"이라며 "과학지문으로 이상기체와 실제기체의 상태 방정식을 다룬 30번과 31번 문항 등 변별력 문제가 상당수 출제돼 중위권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입시입체 관계자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보다 체감 난이도가 쉬웠다. 실수 여부에 따라 만점자나 1등급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원석 메가스터디 언어영역 강사는 "비문학 중 과학ㆍ기술 독해 문제의 변별력이 높아 고득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어영역 EBS 연계율은 72.0%다.
◇수리,'쉽다ㆍ어렵다' 평가 엇갈려=출제본부는 수리영역을 지난해 만점자 비율에 비춰 올해는 비교적 쉽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나형은 1%에 가까웠지만 가형은 0.31%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비슷하거나 조금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가형은 미적분ㆍ공간도형과 벡터단원 그리고 지수 로그함수 그래프 등이 까다로웠고, 나형은 지난해 기본 유형의 미적분 문제들이 올해는 복합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문항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대교협 상담교사단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는 가형에 대해 "일부 수험생들은 (문제를 접하고)당황해 어렵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고, 나형과 관련해 박문수 청원여고 교사는 "지난해와 비슷하나 차상위권 학생들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고 봤다. 수리가나 모두 EBS 연계율은 70.0%다.
◇외국어 어려워 만점자 줄어들 듯=출제본부와 일선교사, 입시업체들은 외국어 영역은 어렵게 출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출제본부가 다른 과목에 비해 특히 더 어렵게 출제한 것은 지난해 난이도 조절해 실패한 과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교협 상담교사단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지난해 보다 어렵다. 빈칸추론 4문제가 EBS와 연계가 안돼 있어 상위권과 중위권을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장환 세화여고 교사(EBS 출연 강사)도 "지난해 수능이 너무 쉬웠다는 게 이번 시험 난이도 체감율을 높였을 것"이라며 "같은 지문이라 하더라도 문장이 추가되거나 빠지면서 지난해 보다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외국어 영역 EBS 연계율은 70.0%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1교시 언어영역 결시율 6.98%(4만 6,584명)에 3교시 외국어영역 결시율은 8.16%(5만 4,021명)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0.8%포인트와 0.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