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공기업구조조정 중간점검] '조폐公 암초'에 개혁일정 차질

최근 각종 암초에 부딪힌 공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 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외화유치 필요성이 희석되고 재벌의 경제력집중 문제가 재부각되는 데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이라는 돌출 암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등 민간부문 개혁작업과 함께 지난해 8월 방향과 폭을 확정짓고 일정 단축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국난으로 규정될 만큼 급박한 경제위기 속에 숨을 죽이고 있던 노동계가 올들어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되는 경제와 해이해진 사회 분위기에 편승,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이 불거져 노동계에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구조조정 일정 차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현황과 향후 일정= 현재 진행되는 공기업 구조조정은 인력감축 등을 통한 경영효율화는 물론 민영화까지 포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초 확정된 일정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26개 모기업, 82개 자회사로 구성된 108개 공기업을 2002년말까지 13개 모기업, 8개 자회사 등 21개만 남기고 모두 민영화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통신 등 19개 공기업에 대해서는 2000년말까지 전체 정원의 20.1%인 2만8,813명을 감축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공기업들은 지난해 말까지 목표보다 20.9% 많은 1만6,532명의 정원을 앞당겨 감축했다. 올들어서도 공기업들은 지난 3월말까지 정원 8,442명을 줄여 올 한해 목표의 57.1%를 조기달성하는 실적을 올렸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민영화 부문도 남해화학, 국정교과서, 한국종합기술금융, 청열 등을 매각했고 일부 통합작업도 완료했다. 이외에도 한국통신 증시상장, 포철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 한전에 대한 정부지분 5% 해외DR발행 등을 끝마쳤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 및 돌발 변수들= 사실 공기업 구조조정의 잡음은 민영화 부문에서 처음으로 대두됐다. 외화가 바닥을 드러냈던 상황에서 수립된 민영화 계획은 위환위기를 탈출할 기미를 보이면서 「헐값에 국부를 매각한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했었다. 이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국민정서를 감안해 민영화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일정의 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 첫 신호가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 방침 변경이다. 당초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외국인에게도 경영권을 인정한다는 전제아래 정부는 보유지분 25%(1인한도 7%)를 상반기중 매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최근 7%지분 일괄매각 방침을 철회했다. 증시상장 및 공모절차를 통해 민영화를 추진하되 소유한도가 풀리는 내년중 경영권문제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지분 15%를 외국업체에 매각하는 전략적 제휴도 이같은 논리를 근거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현재 접촉중인 메이저급 외국통신업체들이 한국통신 주식을 너무 싼 가격에 사려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중공업 민영화도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력집중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와 삼성이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중공업이 세간의 이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두고 공기업 구조조정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최근 『중공업 부문 빅딜이 지연되고 있어 6월중 입찰공고와 8월중 입찰실시는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일정을 다소 연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력감축 등을 포함한 경영혁신 작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조폐공사의 조폐창 통합의 정당성 문제가 「조폐공사 파업유도 공작의혹사건」을 계기로 도마위에 오르면서,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공기업 구조조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공기업 구조조정, 앞으로 어떻게 되나= 기획예산처는 여전히 『공기업 구조조정 일정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공기업 노조가 구조조정 일정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조폐공사 사건이 불거져 일정지연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기획예산처는 공기업들에게 정해진 일정을 앞당기라는 독려를 할 수가 없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조폐창 조기통합을 통한 파업유도에 기획예산처가 개입했다는 일부의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오인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조사권 발동으로 조폐공사의 창통합이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밝혀질 경우 기획예산처가 지난해 8월 확정한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방안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의 투입이 불가피한 민영화와 경제력집중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것이 힘든 일임을 전제,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명확한 경제철학과 노사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표명 및 실천 만이 공기업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첩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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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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