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팽팽한 기싸움 "올것이 왔다"

신한지주, 최영휘 사장 전격 경질<BR>崔사장, 양은행 화학적 결합 '뉴뱅크' 고집<BR>은행측 "통합 주체는 신한" 원뱅크와 맞서<BR>후임엔 이인호 부회장·한동우 사장등 거론

팽팽한 기싸움 "올것이 왔다" 신한지주, 최영휘 사장 전격 경질崔사장, 양은행 화학적 결합 '뉴뱅크' 고집은행측 "통합 주체는 신한" 원뱅크와 맞서후임엔 이인호 부회장·한동우 사장등 거론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최영휘 사장의 경질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전부터 최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주변의 도전과 이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공공연히 지주회사측과 신한은행과의 파워게임을 거론하며 향후 그룹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신한지주에서는 조흥은행을 인수한 후 신한ㆍ조흥은행의 통합을 통한 '뉴뱅크(new bank)'를 목표로 통합작업을 진행해온 반면 신한은행에서는 "통합의 주체는 신한은행이 돼야 하며 통합은행은 '뉴뱅크'가 아닌 '원뱅크(one bank)'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둘러싼 뉴뱅크와 원뱅크 논란은 단순한 용어선택의 문제는 아니었다. 뉴뱅크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실체가 사라지면서 화학적으로 하나의 은행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신한지주측의 견해였고 원뱅크는 인수주체인 신한은행이 조흥을 흡수 합병한다는 신한은행측의 논리였다. 두 논리는 지주측과 신한은행측의 기 싸움으로 번졌고 그 결과 지주회사와 신한은행간 파워게임으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금융권에서는 뉴뱅크의 신봉자인 최 사장의 낙마로 인해 국내 금융사에 있어서 처음 시도되는 개념인 '뉴뱅크'가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신한지주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최 사장이 신상훈 행장을 리더로 하는 신한은행과의 사이에서 견해차가 컸다는 해석이 금융권에 지배적이다. 지주사측은 조흥은행을 동등하게 껴안고 가는 뉴뱅크를 원했던 반면 신한은행 쪽에서는 공공연히 신한은행이 통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결국 라 회장도 신한지주의 성공을 위해 머리로는 최 사장을 지지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룹의 고향인 신한은행측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최 사장은 신한지주 출범의 일등공신이며 굿모닝증권 및 조흥은행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굿모닝증권(인수 후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주사에 인수된 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해 그룹 내에서 인수 비용 대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주사 안팎에서 계속 제기됐었다. 조흥은행 역시 올들어 실적 부문에서는 부실을 털고 확실하게 턴어라운드했지만 노조와의 끊임없는 갈등에다 지난 분기에 터진 400억원대의 횡령사고까지 겹치며 최 사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최 사장이 조흥은행을 너무 감싼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더욱이 오는 9월 신한ㆍ조흥은행의 통합을 앞두고 조직구성 등에 있어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소신대로 신한ㆍ조흥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뉴뱅크를 줄곧 주장한 반면 신한은행 내에서는 신한이 주도권을 잡고 조흥을 흡수 통합하는 형태의 원뱅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가신그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최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인호 신한은행 부회장과 한동우 신한생명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라 회장에 이어 신한은행장을 역임했다. 특히 현재 신한지주 비상임 이사 3인 중 한명으로 별도의 주총 없이도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한 사장은 과거 신한은행 시절 부행장으로서 이인호 행장과 호흡을 맞춰 신한은행을 이끌었으며 고위층은 물론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운 인물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합은행 출범 전까지 이 부회장을 일단 신한지주 사장으로 재임하게 한 뒤 한 사장을 지주사 사장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경영권의 최종 구성은 라 회장이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라 회장은 최 사장을 이사회 멤버 등 후선으로 자리를 옮기게 한 뒤 이 부회장 또는 한 사장에게 지주사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최 사장의 입지만 더욱 좁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한지주는 "최 사장 후임은 조직관리에 경험이 풍부한 경륜 있는 인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뉴뱅크의 전략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7일 열리는 신한지주 이사회는 라 회장, 최 사장 외에 이인호 신한은행 부회장 등 비상임 이사 3명, 사외이사 9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멤버는 라 회장은 물론 신한지주의 주요 주주인 재일교포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최 사장 해임건의 이사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한지주에서 최 사장을 지지했던 세력과 조흥은행 노조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오전 라 회장이 긴급 소집한 신한지주 계열사 사장단회의에는 최 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는 최 사장 없이 다른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채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됐다"며 "회장이 긴급하게 소집한 회의라 사전에는 회의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전에 라 회장과 최 사장간에 사임건 등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며 "사임건을 논의하는데 본인을 참석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5-05-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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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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