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의 국내투자 약속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반년넘게 공을 들여온 초일류 기업 한국 투자유치 작업의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번 투자유치로 동북아 정보기술(IT)허브 국가 부상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인텔이 최근 거액투자를 발표한 동북아 국가에 비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소문만 요란한 잔치가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텔의 한국투자에는 동북아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첨단 외국기업의 주요시설을 국내에 설치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여기에다 통신ㆍ네트워크 분야를 전략사업으로 부상하기 위한 인텔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정부는 인텔의 한국투자를 계기로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투자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29일 노무현 대통령,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이용경 KT 사장 등을 잇따라 만나 한국정부 및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럿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디지털홈, 무선 분야 등의 연구ㆍ개발(R&D)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10번째로 인텔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국가지만 인텔은 그 동안 한국을 판매시장으로만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R&D센터 건립을 계기로 휴대인터넷, 디지털홈, 광대역통합망(BCN) 등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배럿 회장이 이번주 중국, 말레이시아를 방문, 각각 3억7,500만달러 및 1억4,000만달러의 신규투자를 약속한 것에 비하면 한국투자는 크게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즉 이번 R&D센터건립이 한국을 전략기지로 격상시키기 보다는 한국시장의 규모에 비해 빈약한 기술지원을 확대한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인텔이 한국에서의 비난여론과 노대통령이 직접 방미중 면담을 가질 정도로 노력한 점 등을 외면할 수 없어 마지못해 투자를 발표한 것 아니냐”며 의미를 깎아 내렸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