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우리나라 증시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정보통신(IT), 의료, 식품ㆍ음식료 등 필수소비재 종목으로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종목은 최고가를 경신, 수급 상황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상승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 기대해 이들 종목에 대해 수익을 실현하기 보다는 매도 타이밍을 늦추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시가총액이 크지 않고 변동성이 큰 종목들 가운데 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크게 오른 종목들은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가 및 52주 신고가 경신 종목에 관심을 두되 실적과 향후 시장 전망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한 결과 지난 29일 종가 기준 52주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46개, 코스닥시장 61개 등 전부 107개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파트론, 자화전자 등 정보통신(IT) 관련 기업들이 37개로 가장 많았고, 의료(14)와 경기소비재(14), 식품ㆍ음식료 등과 같은 필수소비재(12)도 크게 오른 종목이 많았다. 이외 경남에너지ㆍ지역난방공사 등 유틸리티 업종도 4개나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IT업종에서는 시장의 예상대로 소위 '삼성전자의 아이들'로 불리는 부품 업체들이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파트론ㆍ자화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주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트론에 대해 "그 동안 해외에까지 너무 잘 알려진 덕분에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향후 성장 추세를 의심할 수는 없다"면서 "주가 상승여력을 30%로 본다"고 밝혔다. 자화전자의 경우 시장에서는 2013년 기준 주당순이익(PER)이 7배 수준으로 휴대폰 부품업체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승세에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 IT 부품 업체들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제약주의 상승세도 무섭다. 이날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대웅제약ㆍ종근당ㆍ일양약품 등을 비롯해 제약주들은 올해 들어 줄줄이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월 약값 인하 이후 제약업체들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조정을 거쳤으나, 이후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올 상반기부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바이오ㆍ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관련 산업의 부피가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제약주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료주 오름세도 눈에 띈다. 이날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종목에는 농심ㆍ대상ㆍ롯데삼강ㆍ오뚜기ㆍ동원 F&B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료 업체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음식료 업종의 경우 원화 강세 수혜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을 비롯한 해외 성장 여력이 있는 기업들과 그렇지 않는 기업들 사이에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외 이날 아세아제지가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고, 신대양제지가 장중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제지주들도 신고가 경신 대열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는 "올 초 폐지가격 상승으로 판가 인상 압력이 높아져 2ㆍ4분기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가 인상을 완전한 호재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 팀장은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인 화학ㆍ철강ㆍ조선ㆍ기계 등 경기 민감주에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에 수급적인 측면에서 대안주로 몰린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대형주와는 달리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지주의 경우 올 하반기에는 서서히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이유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투자가들은 최근 성적이 좋은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실적의 수치가 분명한 명분이 있는 종목들로 가려서 투자해야 한다"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