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 해결 모험 그만하라/채규대 경제평론가(시론)

영화 「디어 헌터」(Dear Hunter)를 보면 소련의 룰렛게임이 있다. 총알이 여섯발 들어가는 권총에 한발만 넣고 자기 머리에 대고 서로 교대하여 방아쇠를 당긴다. 먼저 총알에 맞는 사람이 죽는다. 내기 돈은 산사람의 것이다. 지금 강경식 재경원장관은 기아문제를 가지고 한국경제의 생사를 거는 매우 위험천만한 룰렛게임을 벌이고 있다.기아사태의 장기화는 대외신용 하락, 외자차입금 단절, 코리언프리미엄 상승, 환율 상승, 증권 폭락, 금리 상승, 실업증가 등 일파만파로 번진다. 기업부도수와 부도율 역시 사상 최고치다. 은행과 종금사들은 부실대출금 때문에 파산까지 우려된다. 금융대란설 등으로 경제는 태풍전야와 같이 불안하다. 정부는 금융안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아대책이 빠지자 증권폭락, 금융불안은 오히려 더 가중되었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곡예사처럼 연막작전만 펴지말고 기아를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해체시켜 제3자에게 인수시킬 것인가를 하루빨리 분명히 해야한다. 만약 제3자 인수가 없다는 것이 진의라면 무엇 때문에 김선홍 회장의 사표와 노조의 감원동의서가 중요하다고 줄다리기만 계속하는가. 물론 오늘의 기아 위기는 다른 재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차입과다와 문어발식 경영에서 기인된 것으로 현 김선홍회장을 비롯 경영진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금 시급한 것은 현 경영진으로 기아를 살려 자구계획(3조원)을 달성케 하면서 차입금을 상환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사표문제로 장군멍군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장, 회장직을 17년이나 이끌어온 김선홍 회장을 지금 이 순간에 물러서라고 하면 자금과 조직이 흐트러진 기아의 경영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 정부 및 채권은행단은 기아의 자구계획을 성공시키려면 김선홍 회장이 사표를 낸다해도 오히려 만류하고 결자해지로 기아를 살려놓고 나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만약 김회장을 퇴진시키고 경매나 제3자 인수가 된다면 자구계획 3조원은 그 절반도 안되어 금융기관과 회사는 모두 큰 손해를 볼 것이다. 노조도 1천억원의 기아회생기금까지 모으면서 감원계획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협조도 순수한 현 경영진에 의한 기아살리기 위한 협조지 제3자 인수의 저의가 있다면 노조동의서 제출은 어려울 것이다. 기아노조가 강성노조여서 회사가 어렵게 되었다고 하나 현대나 대우노조보다 오히려 온건투쟁을 해 왔다. 기아위기를 노조 공동책임으로 여론몰이하고 있다. 이것은 제3자 인수의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인 노조의 손발을 묶어놓자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큰 착각이다. 엄청난 저항과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기아그룹문제는 삼성자동차와 어떤 형태로든 맞물려 있어 보인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시설의 과잉상태에서 동업계와 노조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기어이 자동차사업을 승인해 주었다. 이런 무리수가 삼성 내부문서 공개에서 보듯 오늘의 기아문제와 얽히고 설키게 된 것이다. 삼성은 이 이상 국내 자동차업계와 너죽고 나살자는 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엄청난 자원낭비를 가져올 것이며 결국 나도 죽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지급금지에 걸리느니 정부가 민간기업부도에 직접 나설 수 없느니 은행이 정부 말을 안 듣느니 운운하고 있으나 기아가 보조금 달라는 것도 아니고 모두 핑계다. 채권은행단은 LC수출이나 DA한도내 수출어음 매입도 거절한다. 기아특수강을 대우와 현대가 공동운영한다는 것도 거부한다. 정부가 부도유예협약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다시 번복하자 채권은행단은 즉시 부도유예협약을 개정하여 경영자사표와 노조동의서를 조건화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아를 겨냥해여 어떤 형태로든 제3자에게 인수시킬 의도로 보여진다. 정부는 또 기아를 시장경제 원리대로 처리한다고 한다. 일시에 단기금융을 회수하면 안 쓰러질 30대 기업들이 어디 있겠는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자체도 외국에서 차입금을 회수하고 외국증권자금이 빠지면 외환파산이 될 것이다. 정부나 채권은행단이 이제 부도유예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부도처리 한다거나 기아차만 남기고 아시아차를 비롯, 계열사 모두를 매각·해체 운운하나 기아그룹의 어떤 구조조정도 현 경영진에 맡겨서 결론을 내릴 일이지 회사내부를 제대로 모르는 정부와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단안을 내릴 일이 아니다. 기아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진성어음 할인, 수출환 매입 등과 현 대출금 회전 등 정상거래만 해준다면 자구계획을 밀고나가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진로 대농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인가.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기아문제 해결에 이 이상 룰렛게임같은 모험을 중지하고 정정당당하게 기아가 회생되도록 지원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현 경제위기를 살리는 길이다. □약력 ▲37년 전북 군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 하버드경영대학원 ▲한일은행 업무기획부장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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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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