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0월 14일] 자꾸 겁먹는 미국 정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미국인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안심시켜줄 만한 조치를 취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만큼 정부 자체가 혼란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는 지난 1년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여러 해법을 짜냈다. 7,000억달러의 금융구제안 등은 시장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주 뉴욕증시의 폭락이 보여줬듯 문제는 이 같은 대응책이 어떻게 시행되느냐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 대책에 대한 정보유출이다. 최근 FRB는 은행 지급보증 한도를 계좌당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올렸는데 이 소식이 정부의 공식 발표 이전에 별다른 설명 없이 퍼지면서 졸지에 ‘불안한 예금’을 소유하게 된 일반은행 이용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자칫하면 뱅크런이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또 예를 들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으로 옮겨가는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해진다. 9월19일 이전에 만들어진 경우에 한해 보장 받을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미 정부가 관례처럼 언론에 살짝 띄워놓고 반응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지만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런 태도는 혼란을 가중시킬 따름이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도 같은 이유로 그 의도가 왜곡됐다. 재무부가 사실은 그럴 뜻이 없으면서도 경매를 통해 은행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고 언론에 유포한 것이다. 재무부가 TARP를 어떤 식으로 실시할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설명하지 않은 ‘진공상태’의 시간 동안 시장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국유화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ARP는 여전히 유력한 대안이다. 이는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히 시행돼야 하지만 신속히 진행한다면 시장이 일시적 충동으로 변동하지 않도록 신뢰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미쓰비시 자금을 조달 받으려는 모건스탠리에도 TARP는 도움이 될 터다. 은행 간 대출에도 마찬가지다. 미 재무부와 FRB가 밤낮으로 경제살리기에 몰두하면서 시장의 비판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은 십분 이해해줄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잘 휘두르기만 한다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갖춘 상태다. 자신들이 택한 조치에 대해 정확하고도 적절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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