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반도 외교환경 급변, 정부의 전략 전술이 안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여건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향한 제도적 틀을 갖추고 미중 간 헤게모니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모든 갈등의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이 어느 편에 설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편으로 평화공세를 벌이고 있다. 온갖 변수가 한국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 자위권 행사 방침을 강행했다. 태평양전쟁 종전 후 69년간 유지돼온 평화헌법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린 일본은 이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문제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반대 의사를 내놓지 못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을 의식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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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3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알리고 한중관계 발전을 기약하는 마당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늘방석으로 바뀔 분위기다.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인정하되 한중 경제관계 발전을 강조해온 중국이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요구를 계기로 외교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AIIB 가입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지게 된 근본원인은 지정학적 위치지만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여지가 있다. 국민의 대일감정이나 식민지 수탈 경험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미국에 대한 외교 카드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실책이 아닐 수 없다. 하와이에서 2일 열릴 최초의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좋은 사례다. 일본의 망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간접 군사동맹으로 갈 수 있는 회의를 우리 정부는 덜컥 받아들이고 말았다. 안보현실과 좌표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이런 난국을 초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에 묻는다. 과연 우리의 외교안보에 전략과 전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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