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포섭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대북 공작원 출신 박모(56ㆍ일명 흑금성)씨가 구속된 김모 육군 소장은 물론 전직 군 고위관계자 등에게서도 군사기밀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소장은 지난 2005∼2007년 박씨에게 북한과의 전면전 발생시 한미연합군의 방어ㆍ반격작전 등을 담은 '작전계획 5027' 중 자신이 근무했던 중부전선 관련 내용을 지도에 표기해 가르쳐주고 우리 군의 각급 제대(梯隊)별 운용ㆍ편성계획, 중요 전술과 무기운영 방법 등을 담은 작전교리ㆍ야전교범을 넘겨준 혐의(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죄)로 9일 군 검찰에 구속됐다.
공안당국은 김 소장 외에 박씨의 정보수집 활동에 도움을 준 전ㆍ현직 군 관련 인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안 당국은 전직 군 고위관계자 등 몇명에 대해서도 김 소장과 같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또 박씨가 김 소장으로부터 군사기밀을 빼내기 위해 금전적 대가 등을 제공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안기부 대북 공작원 시절 ‘흑금성’으로 활동했던 박씨는 육군 3사관학교 2년 선배인 김 소장에게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선물을 건네고 김 소장 부인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임원으로 취업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박씨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주요 귀순자들의 소재 파악 임무도 맡았었지만 실패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박씨는 북한 작전부(현 정찰총국)로부터 황 전 비서, 그와 함께 귀순한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 사장, 지난 1996년 강릉 잠수정 침투사건 때 붙잡힌 이광수씨 등 3명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편 박씨는 광고기획사 아자커뮤니케이션의 전무 직함으로 1997년 북한 금강산·백두산·개성 등을 배경으로 TV 광고를 찍는 대북사업을 추진, 성사시켰고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기밀정보를 수집해 안기부에 보고했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김대중 후보의 북한 연루설을 조작ㆍ유포했다가 대선 후 ‘북풍(北風)사건’으로 진상이 드러나면서 신분이 노출돼 공작 임무를 그만뒀다. 이후 북한ㆍ중국을 드나들며 사업을 해왔으며 2005년께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