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배당주 투자 시대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해 8월 정부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투자 및 임금, 배당 형태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인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발표했다. 그 후 금융시장의 관심은 기업의 배당 증가 여부에 집중됐다. 정부의 배당 유인 정책으로 기업들이 배당 증가에 나선다면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배당 수익률은 시가총액 대비 약 1%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기업실적 증가가 주주 가치에 반영되는 효과가 약해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4년 말 MSCI Korea 지수 기준 국내 증시의 배당 수익률은 1.21%로 2013년 말 1.02%에 비해서는 약 0.19%포인트 상승하고 배당성향은 11.0%에서 16.2%로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정체에도 배당이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MSCI 신흥국 지수의 배당 수익률 2.77%, 배당 성향 35.4%와 비교하면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 경제나 기업 수준이 신흥국보다 뒤처지지 않는데도 주가는 저평가돼 있는데 낮은 배당 성향 및 배당 수익률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굳이 정부 정책이 아니더라도 국내 기업의 주주 환원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측면에서 유보이익, 즉 배당가능이익이 증가하면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감소한다. 과다한 유보이익으로 인해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와 배당을 고려하게 되는데 한국적 상황에서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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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환경도 배당주 투자에 우호적이다. 우선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75%로 인하됐다. 시장에서는 한 차례 더 추가적인 금리인하까지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의 이익증가와 배당성향 상향을 전제한다면 배당 수익률과 금리 수준이 같거나 혹은 역전될 개연성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하다면 시중자금이 배당주 투자로 이동할 강력한 근거가 마련된다. 인구 고령화로 자본이득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중시하는 투자 패턴과 연기금 등의 장기 투자자 비중이 증가하는 점도 기업들의 배당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배당을 중시하는 투자 트렌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형 상장사의 배당 확대 정책이 발표됐다. 정부 또한 세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공기업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공기업의 배당 성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높이는 '정부 출자기업 배당 지침 개선안'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 역시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배당주에 대한 수급 기반이 중장기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저금리 시대의 투자는 과거 고성장 시대의 투자와는 그 전제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와 자본이익의 가능성이 어려워진다면 보다 확실한 배당 수익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금리 1.75% 시대, 금리를 웃도는 배당 수익률이 기대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유망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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