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이 7개월여만에 아시아지역에서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선 최근 사스 진성 및 의심환자와 고열환자의 발병이 확인됐다. 이어 필리핀에서도 홍콩에서 온 여성 사스 의심 환자가 발생, 필리핀 보건당국이 이 여성과 가족을 격리시켰다. 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말레이시아의 한 여성이 고열에 시달림에 따라 사스감염여부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이번 중국 환자의 혈액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유전자 검사 결과, 지난해 봄에 발생한 관상 바이러스와 다른 변종 바이러스인 것으로 드러나 더욱 당혹스럽다.
지난해 사스 공포가 워낙 컸던 만큼 이번에도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행 및 항공업계가 다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아시아 각국의 경제도 위축될 소지가 있다.
우리 정부로선 우선 사스의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검역과 전파 방지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사스 청정지역으로 한국의 성가(聲價)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관계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때마침 국립보건원이 10일부터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돼 인력이 지금보다 4배로 늘어나고, 장비도 확충되는 한편 지휘체계가 일원화돼 신속대응체제가 더욱 공고히 갖춰진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스전담병원을 지정하는 문제도 작년처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사스를 훌륭하게 막아냈으며, 마늘과 김치 등 한국의 먹거리와 나아가 한국인이 갖고 있는 체질의 우수성을 간접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 같은 명성이 더욱 확고해 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스에 대해 조심은 해야 겠지만 미리부터 너무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0)는 중국 광둥(廣東)성의 사스 의심환자가 진성환자로 최종 확인됐으나 경보 발령이나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사스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단발적인 것이고 더 이상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WHO의 공식 입장이다. WHO는 이와 함께 광둥성 등에서 추가 전염을 대비한 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한 상태라 국지적으로 유행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WHO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스의 감염경로 규명과 예방에 만전을 기해 다시 고개를 드는 사스 공포를 확실히 잠재우기를 바란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