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넓히기가 절대 목표였던 시절에는 무인들이 시대를 이끌어갔던 계층이라면 지금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의 상위 계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집중 탐구한 책이 잇달아 발간됐다.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연구원 출신으로 컨설팅 기업 로스코프 그룹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쓴 ‘슈퍼 클래스’, 그리고 ‘타임’ ‘포천’ 등 잡지에서 활동한 언론인 출신 피터 번스타인과 에널리 스완의 ‘더 리치, 부자의 탄생’ 이 그것. 로스코프는 세계를 좌우하는 권력집단을 ‘슈퍼클래스’로 정의하고 이들에 대해 15년간 연구한 결과를 담았고, 번스타인과 스완은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포브스 400’에 올라있는 부자들에 대해 분석했다.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거머쥔 사람들로 책 두 권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정도다. ‘슈퍼 클래스’에는 정재계 그리고 문화 종교계 인물들이 많다. 전(前)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UN사무총장 반기문,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교황 베네딕토 16세 그리고 시리아의 무기 밀매상 몬제르 알 카사르 등 암흑가의 큰 손들도 있다. 책은 이들이 어떻게 부와 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부자와 권력자의 일생을 비교해 보자면, 부자는 학력보다 탁월한 모험심으로 세상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ㆍ식품 분야의 거부 데이비드 머독, 목재산업의 갑부 팀 블릭세스, 미국 부동산계의 부자 토머스 플래틀리 등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반면 정재계 권력자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으며, 특히 스탠포드ㆍ하버드ㆍ시카고대 등 이른바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대에 따라 부와 권력은 움직인다는 점이다. 2006년 ‘포브스 400’순위에는 처음 순위를 매겼던 1982년에 부자로 올랐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2000년 이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도ㆍ중국 등지의 신흥부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들은 세계의 부와 권력의 편중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비난과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슈퍼클래스’는 특히 정부, 국제 금융, 미디어, 산업, 문화, 종교 등을 이끌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범죄 및 테러 조직을 움직이면서 세계를 좌우하는 권력의 중심에 다가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두권 모두 단순한 통계자료와 문헌에 의존하지 않고 부자와 권력자들 그리고 가족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이 취재했다. 특히 로스코프는 집필을 위해 다보스 포럼, 빌더버그 회의(트루먼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고위 인물들이 만든 일종의 비밀조직) 등 슈퍼 클래스의 내부로 들어가 이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면서 면밀히 관찰했다. 재산분쟁과 후계자 문제에 휘말려 집중 조명을 받았던 석유재벌 조지 게티, 텍사스 석유왕 J. 하워드 마셜 2세 등이 부자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빌게이츠, 인텔의 공동 설립자 존 고든처럼 기부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귀감이 된 부자들도 있다. 세계 부와 권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수에 대해 굳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현 세계를 좌우하는 중심이며, 시대적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을 이해한다면 글로벌 시대의 본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