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순익을 기록하면서 자본건전성도 대폭 호전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순익이 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호조로 인한 것인데다 수수료수익과 충당금적립전 이익 등 은행 본연의 수익성은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올들어 9월 말까지 19개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10조5,214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85.3%, 4조8,421억원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대폭 호전된 것은 부실여신이 줄어들면서 일회성 이익이 크게 늘어나고 대손충당금 환입액이 예상 밖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용화 금감원 부원장보는 “신용카드나 기업의 부실여신 발생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충당금전입액이 무려 4조5,346억원이나 감소했다”며 “투자 유가증권 처분 이익이 7,030억원이나 늘어나는 등 영업외이익이 2조4,428억원 증가한 것도 실적 호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은행 본연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이자이익은 20조5,444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4.0%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은 3조2,200억원으로 26.7% 감소했다. 은행 성장의 판단 기준이 되는 충당금적립전 이익도 16조872억원으로 7.3% 증가에 그쳐 은행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원장보는 “지난 2001년 이후 국내 은행들의 구조적 이익 증가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자기자본 확충과 경영혁신, 새로운 수익원 개발에 나서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은행들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본건전성도 크게 좋아졌다. 9월 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0.75%포인트 상승한 평균 12.8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들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0년 말 10.59%에서 2001년 말 11.68%, 2002년 말 11.33%, 2003년 말 11.16%, 2004년 말 12.08% 등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BIS 비율이 상승한 것은 위험가중자산이 8.3% 증가에 그친 반면 대규모 순이익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5,000억원 정부출자에 힘입어 자기자본이 15.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18.2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한국씨티은행 13.76%, 수협 13.25%, 수출입은행 13.09%, 하나은행 13.04%, 신한은행 12.80%, 국민은행 12.66% 등의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BIS 비율이 10%에 미달했던 외환은행과 조흥은행도 BIS 비율이 10%를 넘어서 국내 모든 은행들이 10%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