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혼 했다고 대출 안된다니…”

금융상품의 각종 차별 조항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금융기관들은 “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신용 평가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 단체 등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각 금융기관은 신용 평가 항목을 대외비로 유지하고 있어 실제 드러나지 않는 차별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높다. 16일 한나라당 이완구 의원에 따르면 이혼자인 A(32)씨는 이혼 경력 때문에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거절하는 신용보증기금의 관행은 국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당초 대출 보증 신청서에 `미혼`으로 기록을 했을 때는 대출 승인이 이뤄졌지만 이혼 경력을 기재한 후에 보증서 발급을 거절 당했다는 것. 신용보증기금은 15~20개의 신용 평가 항목 리스트를 통해 개인의 신용에 점수를 매기고 있으며 이 중 이혼 여부가 미치는 영향은 3%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점제도(CSS)를 통해 신용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 별로 가산점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CSS 평가 항목에 부양 가족 유무, 결혼 여부 등이 포함돼 있다. 기혼으로 부양 가족이 있는 고객이라면 미혼에 부양 가족이 없는 고객보다 대출액이나 금리 면에서 상당한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결혼을 하고 부양 가족이 있으면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대출을 통해 투기를 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최근 자동차보험의 지역별 요율 차등화를 두고 공방이 일고 있다. 지역별로 손해율에 차이가 있는 만큼 보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가 지역별 차등화를 추진하고 나선 데 따른 것.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지만, “도로망 부실 등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고객에게 떠 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유정미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원은 “가족 해체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등 각종 사회 제도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고객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을 신용 평가의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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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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