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8일] 의사사냥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중소업체 사장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이번에 시카고에 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몇 달 전 협심증으로 좁아진 심장혈관 확장을 위해 풍선시술을 한 후 스텐트(혈관을 확장하기 위한 그물망)를 삽입했는데 호텔에서 시차로 잠을 못 이루던 중 가슴이 답답해져 911구급차를 호출했다고 한다. 미국 병원에서 혈관조영술 등 검사를 다시 받은 끝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과 함께 신경안정제 한 알을 처방 받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는 것이다. 진료비가 얼마나 나왔냐고 물었더니 1,400만원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7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얼마 전 영국 런던에 사는 교포에게 전화가 왔다. 맥박이 느려 인공박동기를 삽입해야 하는데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사보험으로 할 때는 약 2,000만원이 드는데 이것마저 2주를 기다려야 한단다. 바로 귀국해 다음날 치료를 받았다. 한국은 영국ㆍ캐나다와 같은 공공의료보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진료는 미국식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환자들이 미국 의사는 설명도 잘해주고 진료시간도 길어 인간적인 반면 한국 의사는 3분 정도 진료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토로한다. 그러나 고령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2,000원을 내면서 당일 진료를 받고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러 의원에서 동시에 진료 받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환자들은 진료비가 저렴하니 쉽게 병원을 찾게 돼 의료비는 허공을 맴돌게 되고 진짜 혜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또 미국 의사처럼 환자 한명당 20분씩 진료해 종일 20명을 진료할 경우 국내 의사들은 한 달 내 폐업신고를 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주전공인 협심증시술은 25억원에 달하는 장비 등 미국 병원과 똑같은 수술기구를 쓰고 있다. 국산품은 수술하는 의사와 환자ㆍ거즈 정도다. 그리고 의료수가는 미국의 7분의1이지만 치료와 회복률은 더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얘기하고 싶다. 굳이 닥터헌팅(의사사냥)을 위해 외국까지 나가 고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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