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조사돼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가전 자동차 등 주요업종에 속하는 대기업들의 해외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조사한 결과 국내 공장 임금의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현지공장 생산직의 평균 연봉은 340만원에 불과해 같은 일을 하는 국내 근로자 임금의 10%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임금으로 국내에서는 한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데 비해 해외 공장에서는 열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멕시코 터키 등 주요 경쟁국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머지않아 주요산업의 공동화 현상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5일제 도입 등으로 임금상승 압박이 고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파업을 비롯해 노동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국내에 신규투자를 기피하고 기존의 생산시설마저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바로 이런데 기인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임금상승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노동집약산업이 저소득국가로 이전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이 되는 가전이나 자동차 등의 경우 여전히 수출과 고용의 측면에서 우리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산업들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고 국내 산업이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각종 규제와 노동불안 등으로 인해 몇 년째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일에 대한 경쟁국과의 과도한 임금격차는 기본적으로 노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인상이 지속돼온 결과이다. 생산성을 감안하지 않은 높은 임금상승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도산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촉진시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직시해야 할 것은 그것이 일자리를 없애 근로자를 최대 피해자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외면하는 경제는 성장이 멈추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한 청년실업문제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도하게 높은 임금으로 우리경제가 주저앉지 않으려면 생산성 범위내에서 임금상승이 이뤄지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를 비롯한 고임금업종의 대규모 파업과 같은 노동불안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 구축이 절실히 요청된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