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영어전용교사제 도입 신중을

공교육 영어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 계획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됐고 오는 2010년부터 추진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지난해 있었다. 따라서 이 개혁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교육계에서는 상당기간 이에 대비해왔다. 집필이 완료된 새로운 중등 영어교과서 매년 강화돼온 중등영어교원임용제, 교원양성인정제, 몇 년간 막대한 예산이 집행된 영어교사연수도 모두 영어로 하는 수업을 가정하고 준비해온 노력의 산물들이다. 영어교사들 역시 우려와 기대로 새로운 영어수업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영어전용교사제도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했던 폭탄발언이다. 수업환경개선, 영어강의 인센티브, 추가영어교원 임용을 기대했던 교육계에 허탈감과 분노를 심어줬다. 인수위가 내놓은 영어전용교사안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교원양성제도의 권위와 신뢰성, 영어교육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이에 영어전용교사 방안을 통해 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영어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한다. 첫째, 영어를 잘하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어교사의 기본자질에서 영어말하기 능력이 차지하는 몫은 일부이다. 언어의 소리는 어떻게 구별하는지, 어떻게 가르치면 효과적인지, 영어교과서가 왜 이렇게 설계돼있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흥미를 느끼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영어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학습효과를 주지 못하는 능력 없는 원어민 교사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둘째, 영어 구술면접으로 영어 잘 하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견해다. 인수위는 영어 말하기 능력이 좋은 사람을 구술면접을 통해 영어전용교사로 선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구술면접은 영어말하기에 능숙해보이나 실상 영어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가려내기 힘들다. 특히 체계적인 학습 없이 단지 해외체류 경험만으로 영어를 익힌 경우에 표면적 유창성만 지닌 사람이 많음을 경계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원 임용시험에는 3차에 걸쳐 전공필기, 영어논술, 영어면접 및 영어수업시연의 강도 높은 다각적 평가를 하고 있다. 셋째, 공교육 영어수업은 문법ㆍ독해중심이어서 회화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리 영어교육과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의사소통적 영어교수법의 근간을 둔 교과서로 개편됐다. 또한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하기ㆍ듣기ㆍ쓰기ㆍ읽기를 고루 병행하고 문법과 어휘학습도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어느 영어교육과정도 단순히 회화에만 중점을 두는 경우는 없다. 회화연습만해서 의사소통능력을 갖출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영어교사자격증 소지자는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이다. 인수위는 영어전용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조건에 최우선에 국내외 영어교육(TESOL) 과정을 마친 자를 꼽았다. 그 외에 해외석사학위소지자나 전직외교관ㆍ상사주재원ㆍ주부ㆍ노인 등도 언급하였으나 영어교사를 희망하며 오랫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해온 영어교사자격증 소지자(1만명 적체로 추정)는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외 TESOL과정은 최대 18학점(6개월~1년)만 들으면 자격증이 나오고 전공 36~48학점(5학기)을 이수하면 석사학위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범대학은 전공 64학점(4년간)을 들어야 학사학위가 나온다. 원어 강의비율(중앙대 영어교육과 경우, 2007년 18과목 영어강의 시행)도 높다. 따라서 이누위의 여어전용교사 제도는 기본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영어교육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