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맹목적인 '명품 사랑'

최근 8~20만원짜리 국산, 혹은 중국산 시계를 스위스산 명품으로 둔갑시켜 수천만~수억원에 팔아치운 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수십명의 연예인들과 명품족들이 피해를 입었고, 명품 시계라고 광고하면서 ‘가짜 시계’를 팔아온 유명 백화점들도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스위스시계협회는 ‘스위스 시계’의 명성에 해를 입힌 이번 사기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가짜 명품 시계 사건’은 비양심적인 장사꾼들이 펼친 사기극에 소비자, 유통업자들이 피해를 입은 분명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조잡한 시계가 최고급 명품 시계로 둔갑해 이처럼 큰 피해를 입힌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맹목적인 명품 추종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어이없는 사기극이 통할 만한 풍토가 조성돼 있었기에 사기극이 성공(?)했다는 얘기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최고급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배를 한다. 그들이 마시는 와인, 그들이 타는 차 역시 하나같이 고가의 명품들 일색이다. 어떤 연예인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시계를 찼다더라는 시시콜콜한 ‘뉴스’들은 온갖 패션잡지와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된다. 부유한 부모를 만나 돈 쓰는 것이 취미인 ‘된장 명품족’들은 이에 열광해 부모의 돈을 빌어 명품 쇼핑에 나선다. 최근에는 생필품을 아껴서라도 명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황새소비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의 경우 소수의 명품 매장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하락세를 보완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면세점 명품 코너는 고객들이 붐벼 점원들과 대화하기가 힘들 정도다. “어떻게 백화점 매장의 절반도 못 미치는 명품 매장의 매출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한 백화점 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명품 열풍’의 근원에 대해 혹자는 ‘황금만능주의 현상’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기꾼의 세치 혀와 얄팍한 상술에 아무런 저항 없이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명품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진짜 명품을 가려낼 만큼 명품이 아닌 것이다. 몇 만원짜리 시계를 수천만에 구입한 분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차고 있는 시계만큼 명품입니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