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린턴 재선과 한미관계(사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예상대로 재선에 성공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행운은 무엇보다 경제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달러화와 주식시장 강세로 상징되는 미국 경제의 활황국면 속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이를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집권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그의 젊음과 패기가 21세기를 리드할 「강한 미국 건설」이라는 선거 구호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클린턴 대통령의 1기 임기 중 경제성적은 1천1백만명의 고용창출, 국내 총생산(GDP) 9.5% 성장, 물가안정, 재정적자 반감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 성적표는 정책운용의 결과물인 것 못지않게 경기 순환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미 미국경제는 경기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3·4분기의 GDP성장률이 2.2%로 2·4분기 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급속한 경기하강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클린턴 2기가 특히 내치분야에서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외정책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임기중 내치분야가 어려워질 경우 대외정책으로 타개하려 들 공산이 크다. 재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컬러를 내보일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것은 국익 차원에서의 대외 개입주의 및 통상압력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에 환경과 노동문제를 연계시키는 「신 무역 주의」의 기치도 더욱 드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2기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한미관계는 기존의 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기때 클린턴 행정부는 북·미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북한 핵을 동결하기 위한 이 협정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 협정의 이행을 담보하는 남북 대화는 실종된 상태이고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에서 보듯이 남북간 긴장은 여전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2기 임기중 이 협정을 이행키 위해 대북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의 정책조율은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통상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 예상된다. 한국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미국은 그동안 통신,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개방압력을 가해왔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은 미국에 또 하나의 압력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유의할 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 지은 요소가 경제실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제가 위기 국면에 빠진 채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의 정당과 대권주자들이 특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는 처방과 비전 제시는 지금의 한국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