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할 때는 박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가졌다. 반면 8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대신했다. 인수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직접 후보자를 지명할지를 두고 발표 직전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당선인과 김 위원장은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선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진 부위원장을 내세운 데 대해 당선인이 직접 지명했던 김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사실상 낙마한 데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선인이 직접 나선 첫 인사가 실패로 돌아가며 새 정부의 시작에 상처를 남겼다. 만약 당선인이 다시 직접 나서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이전 같은 의혹이 불거진다면 그때는 새 정부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당선인이 직접 총리 후보자를 발표할 경우 다시 독단적인 인선을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당선인은 새 정부의 주요 인선을 진행하며 전혀 외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깜깜이 인사' '밀봉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번만큼은 당선인이 뒤로 물러선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이번 총리 후보자 인선은 당선인 독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