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醫-政 백신논쟁] (9) 막오른 차세대백신 개발전쟁(상)

예방·치료겸용 '파맥신시대' 성큼<br>AIDS·폐암까지 예방하는 혼합백신등 제품개발 박차<br>자궁암분야는 이미 임상실험 마쳐 1~2년내 출시될 듯

MSD 등 해외 제약사들은 차세대 백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맥신을 자궁경부암ㆍ에이즈ㆍ폐암 등에 접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보건담당자가 나트랑시에서 새로 나온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어린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 자료사진.

MSD 등 해외 제약사들은 차세대 백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맥신을 자궁경부암ㆍ에이즈ㆍ폐암 등에 접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보건담당자가 나트랑시에서 새로 나온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어린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 자료사진.

MSD 등 해외 제약사들은 차세대 백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맥신을 자궁경부암ㆍ에이즈ㆍ폐암 등에 접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보건담당자가 나트랑시에서 새로 나온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어린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 자료사진.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은 30종에 가깝다. 의약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그저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천연두와 소아마비는 백신개발로 퇴치된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앞으로도 다양한 백신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특히 한 가지만 예방하는 단독백신보다는 여러 질병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 청소년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예방-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품목개발이 확산될 전망이다. 차세대 백신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사는 GSKㆍMSD 등 해외 제약사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에이즈(AIDS)ㆍ폐암ㆍ유방암까지 막을 수 있는 ‘파맥신(Pharmaccine) 개발까지 서두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맥신이란 제약을 뜻하는 파마세우티컬스(Pharmaceuticals)와 백신(Vaccine)의 합성어로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한다는 의미이다. 암을 예방하는 백신이라면 현재까지 B형 간염 백신이 유일하다. B형 간염을 예방함으로써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국내의 경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률이 전체 간암 중에서 60~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선진 리딩 제약사들이 암 등 난치병을 예방 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한 백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인체 면역체계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특정 단백질을 확인해 추출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 분야의 연구성과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치료용 백신의 원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대신 몸 속에서 면역체계 교란을 일으키는 잘못된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예를 들면 정상세포와 달리 피부암 세포에만 나타나는 단백질을 확인한 뒤 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처리해서 몸 속에 주입한다. 파맥신 분야는 심장병ㆍ췌장암ㆍ알츠하이머ㆍ뇌졸중ㆍ피부암ㆍ콜레스테롤ㆍ관절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연구를 시작한 자궁암 예방백신은 GSKㆍMSD 등 몇몇 제약사에서는 임상시험을 이미 종료했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2년 내 출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GSK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궁암 예방백신은 미국립암연구소(NCI)에서도 효능성이 입증됐다. 지난 2003년 NCI는 “1,1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사용한 결과 100% 예방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자궁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 정도가 감염되어 23~25만명이 숨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워싱턴주립대학 등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주립대학 연구팀은 16개 대학과 머크 리서치실험실과 공동으로 2,3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100%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다만 이 백신은 치료기능은 없고 예방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 성적인 활동이 왕성해지기 전의 여성에게 접종하면 자궁암 예방효과가 있는데 임상결과는 의학분야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려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일부 국내 학자들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웅식(산부인과) 교수와 경북대 손우익(유전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안 교수가 개발중인 자궁암 예방백신은 치료까지 병행되는 것으로 연구결과는 2003년 암 연구분야의 전문지인 캔서리서치에 발표됐다. 당시 안 교수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생성되는 종양 단백질(E7)을 대량으로 만든 다음 이를 면역조절제와 동시에 투여해 종양을 예방하고 치료를 유도한다”면서 “E7과 면역조절제를 합성한 물질을 쥐에 2주에 1차례씩 총 2회 주사한 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암세포를 주입한 결과 쥐에 면역항체가 생성되는 것은 물론,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아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백신은 아니지만 녹차추출물을 이용, 자궁암을 치료한 임상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안 교수가 추진하는 연구방향과는 달리 경북대 유전공학과 손우익 교수는 식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상추와 같은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자궁암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이 백신은 유전자조작을 한 상추와 토마토를 섭취, 자궁경부암 바이러스(HPV)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원리다. 특이한 것은 식물에서 백신 단백질을 분리할 경우 주사를 해도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물에서 생산해 먹는 백신은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에이즈 백신은 영국과 미국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미 지난 2003년 사상 최초로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스위스 로잔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시작된 임상시험 프로젝트에는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8개국 30여개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는데 임상규모만도 3,500여명에 달한다. 이 실험은 인체가 감염세포를 죽이도록 고안된 바이러스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DNA형 백신과, 단백질 대신에 NYVAC로 불리는 합성백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전임상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2007년에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직접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즈 백신을 오는 2007년까지 개발하겠다면서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출범한 저명 과학자들의 컨소시엄도 관심을 끈다. 미국 코넬대학 존 무어 박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연구에는 컴퓨터 재벌로 알려진 빌 게이츠 등 사업가들이 수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 재원마련에는 문제가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ㆍSARS)인 사스백신에 대한 개발열기도 뜨겁다. 이 분야는 영국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이 나서고 있으나 임상시험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고 있다. 사스 발생 후 초기처치에 실패, 국가적 이미지의 손실을 경험한 중국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5월 사스백신에 대한 인체실험에 돌입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임상실험 추진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공신력 있는 단체의 관계자들이 “인체실험 단계에 진입한 국가는 중국이 세계 최초인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임상실험에 돌입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중국보다 약7개월 늦은 지난해 12월 미국립보건원(NIH)에서 사스 백신 시약의 안전성 시험을 위해 인체실험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여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올 8월까지 시행되는 임상시험은 동물실험에서는 입증 받았지만 인체에 특별한 이상반응이 없는지 확인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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