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제3차 민주노총 시기집중투쟁 집회도중 삭발 후 광화문청사앞 시민공원 열린마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위원장의 삭발과 단식농성은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와 정부나 사용자측에 보여준 대화기조를 고려할 때 뜻밖의 풍경이다. 이위원장의 이 같은 돌출행동은 파업에 강경대응태세를 밝힌 정부에 대한 ‘무언의 항의표시’일 뿐만 아니라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총을 향한 ‘강력한 내부 호소’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최대주주격인 민주노총은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취임 후 불과 2개월만에 이를 이뤄낸 이위원장은 민노총 좌장(座長)의 한사람으로 핵심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대화를 통한 실리’를 추구해왔다. 현대차와 병원 등 핵심사업장의 파업이 올해 무난하게 타결된 것도 그의 실리노선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정부가 그간 폐지의사를 표명해온 ‘직권중재’카드까지 꺼내면서 하부조직을 압박하자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노선도 벽에 부딪힌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난 20일 계획됐던 민주노총 중앙위원회가 당초 예상됐던 정족수에 미달돼 무산된 후 이위원장은 민노총 내부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전문가들은 민주노총 일부 하부조직에서 이위원장의 대화기조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어째튼 이위원장은 지금 민노총 위원장 취임 후 첫 고비를 맞은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