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6년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돼 2024년에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또 '삼성 퇴직연금펀드'나 '현대자동차 퇴직연금펀드' 등과 같은 개별기업 또는 그룹이 운용결정권을 갖고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퇴직연금펀드도 나온다. 이와 함께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도 7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기업부담을 고려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2016년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의무화하고 2년 간격으로 100인 이상, 30인 이상 등으로 차츰 범위를 넓혀 2024년에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퇴직연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499만5,000명의 상용근로자(48.2%)가 가입해 85조3,000억원이 적립돼 있다. 하지만 도입 비율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다. 10인 이하 사업장은 11%에 불과한 반면 500인 이상 사업장은 87%나 가입돼 있는 실정. 정부는 사업규모에 따라 도입의무 시기를 조정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기업이 운용상의 주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퇴직연금펀드 조성도 허용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 사내 기금운영위원회가 자산운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식이다. 개별기업이 은행이나 보험사 등 운용사와 퇴직연금펀드 운용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지금과 같지만 해당 기업이 적립금 운용에 더 많은 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차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수조원 규모의 퇴직연금펀드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연금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중소기업들은 여러 회사가 모여 퇴직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꾸려 연금펀드를 운용하면 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퇴직 후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노령층 빈곤화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퇴직연금 대상을 넓히고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등 노후소득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부실을 막기 위해 정부는 별도의 보증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DC형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도 대폭 늘어난다.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상한선이 40%로 묶여 있는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운용 규제를 근로자가 받을 연금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형) 수준인 70%로 완화하는 것이 내용이다. 또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와 개인연금은 가급적 오래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만기 때 일시금이 아닌 연금식으로 수령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 등을 장기간 보유한 근로자에게 각종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완장치 없이 연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금 자체가 부실화돼 근로자의 노후생활이 더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은 넘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