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신흥국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신흥국 사업전략을 긴급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비해 관련 투자 및 생산시설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 신흥국 경제위기가 경영 전반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LG전자·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신흥시장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후폭풍으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급속히 확산되자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시장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이들 국가에 최근 수년간 집중적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한 현대·기아차는 이들 시장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에 즉각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대비에 나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차량을 다른 지역으로 반출해 팔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인도·브라질 시장의 성장세가 멈춘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비해 견조한 사업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브릭스 경제 전반을 예의주시하면서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브릭스 시장에서 고속성장을 이어온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계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신흥국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앞다퉈 신흥시장에 대한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 작업에 돌입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미국 같은 선진국은 시장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신흥국을 포함한 시장은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들이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중 하나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등 신흥국에 대한 리스크가 사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따른 국제적인 시장 변화와 수요산업의 수익 변동, 환율 변동, 철광석 및 석탄 등 원료가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