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나 은행 계열 투신(운용)사는 대우채권 손실 등 부실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대주주가 책임지고 구조조정을 하도록 돼있어 공적자금이 동원되는 정부주도의 투신 구조조정은 곧 한투와 대투의 구조조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부실정도 예상외로 커
투신 구조조정은 수탁고 214조3,117억원(25일 기준)의 공룡 금융기관인데다 부실규모가 워낙 커 그동안 금융당국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숙제」로 거론돼 오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일정이 앞당겨지게 됐다.
한투와 대투의 부실규모는 대략 6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말 현재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규모는 한투 1조1,544억원, 대투 5,985억원 등 모두 1조7,529억원에 달한다.
또 양투신이 보유한 대우 무보증채와 기업어음(CP)은 한투 3조1,374억원, 대투 1조6,510억원 등 모두 4조7,884억원인데, 손실률을 50%로 잡을 경우 손실부담액은 한투 3,764억원, 대투 1,981억원 등 대략 5,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함께 비대우채권중 부도가 났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의 채권, 종금채, 리스채 등 부실채권 규모는 한투 2조7,000억원, 대투 1조8,000억원 등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공적자금 2조원 외에 투신사의 기존주주들 역시 출자에 참여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이처럼 부실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방향, 과정에 걸림돌 많아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 현물출자나 산업은행 등을 통한 우회출자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투신-사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예금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투신 구조조정은 자본금 소각→공적자금 투입→경영정상화(클린컴퍼니 전환)→매각추진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 제일은행이나 대한생명처럼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출자기관을 통해 자금이 우회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투나 대투의 대주주인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공적자금 만으로는 경영정상화 부담이 큰 만큼 기존 주주들이 출자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회출자가 단행될 경우 그 이전에 두 투신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주식은 모두 감자를 통해 상각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대주주들이 추가출자에 선듯 나설지가 의문인 것도 이때문이다.
공적자금은 두 회사의 고유계정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대우채권 부분을 포함한 신탁자산부분은 별도 처리해야 할 사항으로 남는다. 정부도 대우채권부분은 해외채권단과의 동등대우 원칙이 있는데다 다른 투신이나 투신운용사의 대우채권 처리와도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 만큼 따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신탁자산부분은 가능한 한 시장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권이 실적배당상품이어서 정부가 이를 보전해 준다는 인상을 줄 경우 논란거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공적자금을 투입하려고 할지라도 신탁부분에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점도 시장해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투기등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성업공사를 통한 부실채권 매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신탁부분의 부실을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BS는 적은 금액으로도 투신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투기등급 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 보강에 큰 보탬이 되고 이렇게 되면 신탁부분 부실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사의 구조조정중 가장 어려운 대목이 바로 매각인데,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의 경우 5대그룹의 제2금융권 지배력 완화가 정부의 방침인 만큼 재벌에 경영권이 넘어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 해외매각의 경우에도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처럼 외국인 인수후보자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어 매각성사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태다.
/정구영기자 GYCHUNG@ /임석훈기자SHIM
이병관기자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