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3월 13일] <1643> 존 하버드의 기부


'효율적 기부.' 고결한 기부행위에 효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가당치 않아 보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기부를 꼽자면 이 사람의 예를 들 수 있다. 존 하버드(John Harvard). 미국 하버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다. 설립자가 아니면서도 교명에 이름이 붙은 것은 유산을 기부했기 때문. 1638년 9월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그는 유산(부동산)의 절반인 779파운드와 책 400권을 개교 1주년을 갓 지난 뉴칼리지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버드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하버드대가 존속하는 한 이름이 영원히 기억된다. 수억달러를 내고도 이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779파운드의 요즘 가치는 124만1,132파운드(185만7,602달러). 큰 돈이지만 하버드대의 2009년 자산인 256억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신설학교가 자신의 유산을 발판으로 성장한 사실을 하버드가 지하에서 본다면 불우했던 가정사를 잊을 만큼 감격할 것 같다. 푸줏간과 여관업을 하며 교육에 관심을 쏟았던 부친과 세 명의 형제 자매가 18세에 페스트로 죽은 뒤 두 번 재혼한 어머니와 남은 동생마저 병으로 죽는 동안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졸업 후 가정을 꾸리고 신세계로 이주, 목사로 임명됐으나 꿈을 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하버드 사망 6개월 뒤인 1639년 3월13일, 뉴칼리지의 초대 학장 너대니얼 이튼은 교명을 하버드로 바꿨다. 대학 친구 하버드를 기리기 위해서다. 이튼은 교명을 바꾼 직후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매질을 한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초기의 교사도 1764년 대화재로 소실됐으나 존 하버드는 동상과 교명에서 영원히 살아 숨쉰다. 작고 낮은 곳에 기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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