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쏙쏙 배당] 낮은 배당의 구조적 요인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최근 정책 당국과 주식 투자자들 모두 이익배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당국에서는 이익배당 증가를 정체된 경제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의 하나로 보고 이를 유도할 정책수단을 고심하는 것 같다. 회사가 아무 데도 쓰지 않고 보관 중인 현금을 배당으로 풀면 소비자들은 소득이 늘어나니 소비가 늘 테고 증시로 조금 더 많은 돈이 유입돼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단타매매로 점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니까 배당소득이라도 얻고 싶을 것이다. 배당주펀드로 몰리는 투자자금이 그 증거의 하나다.

국내 업체들의 배당성향이나 배당수익률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그렇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배당은 회사가 투자와 자금조달, 부채와 자본의 비율 등 자본구조를 모두 고려해 내리는 의사결정의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배당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다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회사가 처한 개별적 상황은 분명 제각각일 텐데 평균을 내보면 배당이 낮다는 사실은 무엇인가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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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반면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세율구조를 들 수 있다. 배당에 비해 매매에 따른 수익률이 훨씬 높다. 물론 매매시 손실 위험도 더 크기는 하지만 국내 투자자 성향상 지금까지 큰 고려 요소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세금조차 배당에만 부과되니 배당에 대한 관심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독일·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주식 매매차익이 당연히 과세대상이다.

최대주주 및 그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매우 낮은 특이한 소유구조도 상당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의 거의 대부분은 최대주주와 그 일가가 낮은 지분율로 계열사 자금을 이용해 지배한다. 그러니 기업집단에 속한 어느 계열사가 배당을 늘려봐야 최대주주 몫은 얼마 안 되고 배당 대부분이 계열사 또는 다른 소액주주들에게 간다. 배당소득에는 세금까지 내야 하니 최대주주가 굳이 배당을 늘릴 유인을 찾기 어렵다.

기업집단 차원의 자금 수요와 부실한 지배구조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간 계열사 제품을 비싸게 사주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 이익도 올려주고 투자자금도 지원하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적지 않았다. 최근 계열사들이 연쇄 도산한 기업집단 사례에서도 부당지원 행위가 문제시됐다. 순환출자 등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계열사 간 소유구조를 단순한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데도 계열사 주식 매입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실탄을 마련하려면 배당 억제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의 미미한 역할을 낮은 배당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본다. 개인투자자들이 배당을 더 달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기업들이 눈이나 깜짝할까 싶다. 여러 기관투자가가 함께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회사들과 소유구조로, 거래관계로 엮인 탓이다. 정작 돈을 맡긴 고객 눈치는 별로 보지 않으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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