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참다운 생태형 아파트 건설을

도시생태계의 문제점은 엔트로피 증가, 물순환체계 훼손, 생물다양성 훼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며 주거단지에서도 생태형 주거단지, 미래형 주거단지 조성 등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파트 단지들은 고밀도 주거를 위한 철저한 개발형 아파트, 과도한 설비에 의존하는 에너지 과투입형 아파트, 녹지공간의 양적 증대만을 중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생태연못이나 계류 등의 수경시설, 육상비오톱, 생태통로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생태연못 및 계류는 생태적 실개천이나 연못을 형상화했다기보다는 단순하게 수돗물을 흘리는 수로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론 단지 내 물공간이 도입된 데 따른 미기후 개선, 자연체험 등의 효과는 있으나 여기에 소요되는 설비ㆍ방수ㆍ수질정화ㆍ수원 등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과연 생태적 요소를 도입한다고 한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가 투입된다면 과연 이것을 생태적 공간 혹은 시설로 부를 수 있을 지 다시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앞으로는 생태계를 주제로 한 전시형 외부공간보다 실속형 외부공간 조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건설업체와 시민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즉 아파트를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돈을 벌려는 수단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주거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은 단순히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그 나라 국민의 격(수준)으로 평가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개개인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물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자세를 가질 때 참다운 생태형 아파트 단지의 실현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자연 생태계 그대로를 아파트 단지 내에 보전하거나 복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휴먼에코’ 시스템은 가능하다. 필자가 주장하는 휴먼에코시스템을 실현하는 아파트는 녹지공간의 질적 증진, 저관리형 생태공간, 기존 자연훼손 최소화, 아름다운 경관창출을 그 목표로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